3차례 신고에도 경찰은 19시간 만에 현장 도착
소녀, 실종 상태로 사망 가능성…경찰청장 해임에도 민심 분노
(서울=연합뉴스) 김기성 기자 = 유럽 남동부에 있는 인구 약 2천만명의 루마니아가 15살 소녀 납치 사건으로 발칵 뒤집혔다.
이 소녀가 긴급구조 전화를 여러 차례 했지만, 경찰이 현장에 닿는 데는 무려 19시간이나 걸려, 결국 소녀는 실종됐고 사망한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이다.
27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와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지난 25일 오전 위급상황에 도움을 요청하는 유럽 긴급전화인 '112'번으로 한 소녀의 전화가 걸려왔다.
이름이 알렉산드라 마케사누로 알려진 소녀는 자신이 남서부 카라칼 지역에서 인근 지역의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차를 얻어탔다가 한 남성에게 납치당해 구타와 성폭행을 당했다고 말했다.
소녀는 3번째 마지막 전화에서는 급하게 끊기 전에 "그가 오고 있어요, 그가 오고 있어요"라는 마지막 말을 남겼다.
경찰이 소녀가 잡혀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카라칼의 한 주택에 진입한 것은 신고 전화를 받은 뒤 19시간 만이었다.
경찰은 현장의 한 대형 통 안에서 사람의 뼛조각으로 보이는 것을 발견했다. 옷조각과 귀금속도 나왔지만, 시신은 없었다.
66살의 정비공인 게오르게 딘카가 용의자로 체포됐다.
이번 사건이 상세히 알려진 뒤 루마니아 여론은 당국의 어처구니없는 대응에 분노로 들끓었다.
수백명이 26일 저녁 용의자의 집 앞에 모여 항의했고, 다음 날에도 수천 명이 수도 부쿠레슈티 도심에서 당국의 태만과 무능, 공감 부족을 비난하며 거리 시위에 나섰다. 내무부 청사 밖에는 소녀를 기억하자며 꽃과 촛불이 놓였다.
루마니아 내무장관인 니콜라에 모가는 이번 사건의 책임을 물어 경찰청장과 함께 지역의 행정 및 경찰 책임자를 해임했다.
루마니아 대통령과 총리도 경찰의 대응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함께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고 나섰다.
비오리카 단실라 총리는 특히 살인과 성폭행, 소아성애와 같은 범죄에 대해 처벌을 강화하기 위한 국민투표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루마니아 당국은 긴급 전화를 받은 뒤 신고자의 위치를 찾느라 애를 먹은 데다신고가 온 주택에 도착했지만, 수색영장을 기다리느라 몇 시간을 더 소비했다고 해명했다.
신고자의 한 친척은 페이스북에 경찰과 검찰이 범죄자를 보호하는 동안 마케사누가 죽었을 수 있다며 이것이 사실이라면 112로 전화하면서 믿었던 국가로부터 사실상 죽임을 당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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