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베이=연합뉴스) 김철문 통신원 = 2020년 1월에 실시될 대만 총통 선거가 반년이 채 남지 않은 가운데 집권당인 민주진보당(민진당)의 대선 후보인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이 담배 밀수 사건 발생 6일 만에 결국 사과했다.
28일 빈과일보 등 대만언론에 따르면 차이잉원 총통은 전날 오후 기자인터뷰에서 담배 밀수와 관련해 '초과 구매'라고 언급해 야기된 대만 사회의 불만을 의식한 듯 '불법 밀수 담배 사건에 연루된'이라는 표현으로 '초과 구매'라는 단어를 대체하고, 이어 '오래된 폐단'에 대해 '사과를 표명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반드시 철저한 조사로 앞으로 이런 사건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총통부는 이미 보직 해임된 전 시위장(경호실장)인 장제(張捷) 중장이 포함된 4명의 장성과 3명의 상교(우리의 대령) 등 7명을 관리 감독 부실을 이유로 각각 중징계 및 경징계를 내린 2차 징계명단을 발표했다.
앞서 차이 총통의 순방에 동행한 국가안전국(NSB·국가정보원 격) 직원 우쭝셴(吳宗憲)이 총통의 국빈 방문 시 화물에 대한 세관 검사가 생략되는 점을 이용해 대규모로 면세 담배를 밀수하려다 붙잡힌 사건이 발생했다.
이와 관련해 차이 총통은 지난 25일 이번 밀수 사건을 '오랫동안 누적돼 왔던 악습'이며 '밀수'를 '초과 구매'로 표현해 대만 정계와 사회의 거센 비판에 부딪혔다.
린자룽(林佳龍) 교통부 부장(장관)마저도 차이 총통의 이 같은 언급에 대해 "이는 불법 밀수 사건"이라고 전날 오전 언급해 논란을 부채질했다.
대선 출마에 대한 답변을 미루고 있는 커원저(柯文哲) 타이베이 시장도 총통부가 새로운 국어사전을 편찬하고 있다며 '밀수'를 '초과 구매'라고 해석한다면 앞으로 부정부패는 '국민을 위한 서비스 비용'이 되겠다고 비꼬았다.
쩡밍쭝(曾銘宗) 국민당 입법위원(국회의원)은 차이 총통의 사과에 대해 사태가 심각해지자 하는 사과라며 "전혀 반성하는 태도도 아니며 능력도 없다"고 비난했다.
이로 인한 파문이 계속 확산되는 가운데 연합보는 민진당의 한 관계자가 이번 담배 밀수 사건이 2020년 대선의 민진당 재집권에 큰 변수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고 보도했다.
랴오다치(廖達琪) 중산대 정치대학원 교수는 차이 총통의 사과는 (시기적으로) 이미 늦었다며 담배 밀수 사건이 차이 총통의 '전대미문의 위기'가 되었다고 말했다.
이어 민진당 당내 경선에서 보인 내부의 미봉된 파열음이 이번 사건으로 인해 촉발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한편 이날 오전 중국국민당(국민당)은 신베이(新北)시 반차오(板橋) 체육관에서 전국대표대회를 개최해 2020년 대선 후보로 한궈위(韓國瑜) 가오슝 시장을 공식 지명했다.
한 시장은 수락 연설에서 당내 경선 후보자들에게 감사를 표한 뒤 '중화민국(대만)을 수호하는 전쟁이 본격적으로 돌입했다'며 2020년 대선에서 "색깔이 아닌 방향을 선택해 달라"고 호소했다.
jinbi10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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