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 일본 참의원(상원) 본회의장에 대형 휠체어가 들어설 수 있는 의석 2개가 마련됐다.
지난 21일 치러진 제25회 참의원 선거에서 대형 휠체어를 이용하는 후나고 야스히코(船後靖彦) 씨와 기무라 에이코(木村英子) 씨가 당선한 데 따른 대응 조치다.
후나고 씨는 루게릭병으로 알려진 근위축성측삭경화증을 앓아 전신을 움직일 수 없는 중증 장애인이다. ALS 환자로는 최초로 일본에서 의원 배지를 달았다.
목소리도 낼 수 없는 후나고 씨는 인공호흡기 등을 장착한 휠체어가 없으면 생활이 어렵다.
생후 8개월 때 보행기가 넘어지는 사고를 당해 뇌성마비로 손과 발을 자유롭게 쓸 수 없는 기무라 씨도 같은 처지다.
두 사람은 지난 4월 출범해 이번 선거에서 돌풍을 일으킨 '레이와신센구미'(れいわ新選組)에 2석 배정된 비례대표 자격으로 참의원에 입성했다.
두 사람의 당선 후에 바빠진 곳은 의회사무국이다.
전신을 움직이지 못하는 두 사람이 대형 휠체어를 탄 채 의정 활동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사무국은 이번 선거 후 첫 임시개원을 나흘 앞둔 28일 본회의장에 약 750만원을 들여 휠체어용 의석 등을 설치하는 공사를 벌였다.
본회의장 뒤쪽 출입구에서 가까운 3개의 기존 좌석을 떼어내고 대형 휠체어 2대가 자리 잡을 수 있는 공간을 조성했다.
또 휠체어가 드나들 수 있도록 15㎝가량의 턱을 없애 바닥을 평평하게 했다.
아울러 내달 1일 첫 개원 전까지 전동휠체어와 의료기기용 전기 공급 장치를 두 의원 자리 주변에서 설치하고, 중앙 현관에 휠체어가 다닐 수 있는 가설 슬로프를 만들 예정이다.
일본에서는 두 장애인의 의회 진출을 계기로 장애인이 불편함 없이 살 수 있는 '배리어 프리'(barrier free·장벽 없애기) 쪽으로 사회 환경이 한층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요미우리신문은 두 의원의 경우 표결 시 대리인이 하도록 하는 등 여러 과제가 해결됐지만 다목적 화장실 증설, 질문시간 연장 배분 등 남은 문제도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참의원 사무국 관계자는 NHK에 "의원은 국민의 대표이므로 국회에서 제대로 활동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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