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마니아 소녀' 살해용의자 범행 자백…'늑장대응' 비판 고조

입력 2019-07-29 14:36  

'루마니아 소녀' 살해용의자 범행 자백…'늑장대응' 비판 고조
변호인 "용의자, 경찰 신고한 피해자 외 다른 10대도 살해 시인"
추가 피해자 유족도 경찰 성토…대통령 "부실수사 책임자 모두 사임해야"


(서울=연합뉴스) 하채림 기자 = 경찰에 세 번이나 신고하고도 잔혹하게 살해된 루마니아 10대 소녀의 성폭행·살해 용의자가 범행을 자백했다.
용의자의 연쇄 범죄행각이 드러나며 경찰의 늑장 대응에 대한 비판은 더욱 거세졌다.
알렉산드레이 머체샤누(15) 성폭행·살해 용의자로 체포된 정비공 게오르게 딘커(65)가 머체샤누 등 10대 소녀 2명을 죽였다고 자백한 것으로 루마니아 관영 아제르프레스가 그의 변호인을 인용해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딘커는 체포 직후 묵비권을 행사했으나 결국 머체샤누와 10대 루이제이 멜렌쿠(18)를 살해했다고 자백했다.
딘커의 변호인 알렉산드루 보그단은 "의뢰인의 얘기는, 그 10대 2명이 자의로 그에게 갔으나 이후에 의견 충돌이 벌어졌고 딘커가 그들을 때렸는데 그로 인해 그들이 숨졌다고 한다"고 했다.
머체샤누는 피살 직전 긴급 신고전화 '112' 번호로 전화를 걸어 구조를 요청했으나 경찰은 그로부터 19시간 만에 발신지인 주택에 진입했다.
뒤늦게 도착한 경찰은 머체샤누를 찾지 못했고, 집 안 큰 통에서 사람의 뼛조각과 장신구로 보이는 물체를 찾아내 분석실로 보냈다.
딘커는 현장에서 체포됐다.
딘커가 추가로 범행 사실을 자백한 피해자 멜렌쿠는 올해 4월부터 실종 상태였다.


머체샤누의 피살 경위와 용의자의 추가 범죄까지 드러나자 루마니아 여론은 경찰의 늑장·부실 대응에 더욱 분노하며 들끓고 있다.
현지 매체와 외신에 따르면 머체샤누는 24일 루마니아 남부 카라칼에서 도브로슬로베니에 있는 집으로 가려고 차를 얻어탔다가 납치를 당했다.
이튿날 오전 머체샤누는 범인의 눈을 피해 세 차례나 112로 신고했다. 특히 마지막 전화는 "그가 와요, 그가 와요"라는 다급한 외침과 함께 끊겼다.
경찰은 피해자의 다급한 호소에도 무려 19시간이나 걸려서야 현장에 도착했다. 전화 발신지 추적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해명했으나, 긴급상황에 불필요한 수색영장까지 기다리며 지체한 것으로 드러났다.


새로 확인된 피해자 멜렌쿠의 유족도 경찰의 부실 수사를 성토했다.
멜렌쿠의 부모에 따르면 딸의 실종사건을 맡은 경찰관 일부는 멜렌쿠가 '사랑의 도피'를 했을 수도 있다는 식으로 대응하며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사건이 알려진 26일 밤부터 수도 부쿠레슈티와 머체샤누의 집 앞에서는 연일 경찰의 무능을 비판하는 시위가 열렸다.
비오리카 던칠러 총리가 이끄는 사회민주당(PSD) 정부는 경찰청장을 해임하고 다른 경찰 고위직 4명을 물러나게 했으나 용의자의 추가 범행이 드러나며 비난 여론은 한층 고조하는 분위기다.
중도우파 성향의 클라우스 요하니스 대통령도 정부를 비판했다.
요하니스 대통령은 "이러한 비극적 결과를 초래하게끔 사건을 부실하게 다룬 모든 자들의 사임은 필수"라고 강조했다.
tre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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