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환법 반대 시위 '반중국', '친미'로 흐르자 부담 느낀 듯
"외국세력 개입 비판·홍콩 정부 지지 입장 밝힐 듯"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중국 중앙정부에서 홍콩 관련 업무를 총괄하는 국무원 홍콩·마카오 사무판공실이 1997년 홍콩 주권반환 후 22년 만에 처음으로 홍콩 내정과 관련된 기자회견을 한다.
29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명보 등에 따르면 국무원 홍콩·마카오 사무판공실은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 시위 등 최근 홍콩 정국에 대한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홍콩·마카오 사무판공실이 홍콩 내정과 관련된 기자회견을 하는 것은 처음으로, 지난 2014년 홍콩 도심을 79일 동안 점거한 채 벌어졌던 대규모 민주화 시위 '우산 혁명' 때도 기자회견을 하지 않았다.
이는 중국 중앙정부가 최근 송환법 반대 시위의 흐름을 그만큼 엄중하게 보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달 초 범죄인 인도 법안에 반대해 시작됐던 홍콩 시위는 친중파인 홍콩 행정 수반 캐리 람(林鄭月娥) 행정장관의 사퇴 요구로 이어지더니 최근에는 '반중국' 목소리를 갈수록 키우고 있다.
지난 21일 송환법 반대 시위에서는 일부 시위대가 중앙인민정부 홍콩 주재 연락판공실(중련판) 건물 앞까지 가 중국 국가휘장에 검은 페인트를 뿌리고 날계란을 던지는 등 강한 반중국 정서를 드러냈다.
전날에도 경찰의 행진 불허에도 불구하고 일부 시위대가 중련판 인근까지 진출해 이를 막는 경찰과 극렬한 충돌을 빚었다.
시위대를 저지하기 위해 홍콩 경찰은 중련판 앞에 물을 가득 채운 2m 높이의 플라스틱 구조물들을 설치하고, 국가휘장은 투명한 플라스틱 막으로 보호하는 등 안간힘을 써야 했다.
전날 극렬한 충돌로 인해 시위 참여자 등 최소 16명이 다쳐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경찰에 체포된 사람은 49명에 이른다.
전날 캐리 람 행정장관이 건강상의 이유로 사임하고 매튜 청 홍콩 정무부총리(정무사장)가 그를 대신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으나, 정부 대변인은 "말도 안 된다"며 부인했다.
극심한 도심 시위가 벌어지던 전날 캐리 람 행정장관은 홍콩 주둔 인민해방군 병영에서 열린 유소년 여름 군사 캠프 졸업식에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국무원 홍콩·마카오 사무판공실의 기자회견에서는 획기적인 정책 변화보다는 송환법 반대 시위에 대한 외부세력의 개입을 비판하고 홍콩 정부를 지지한다는 입장이 표명될 것으로 관측된다.
중국 정부는 미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들이 홍콩 상황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는 것이 내정 간섭이라며 강력히 반발해 왔다.
특히 미국을 향해서는 외교부 대변인이 직접 "검은 손을 거두라"는 표현까지 쓰면서 강한 거부감을 드러냈다.
전날 송환법 반대 시위에서는 일부 시위대가 대형 성조기를 흔드는 등 노골적인 친미 성향을 드러내기도 했다.
ssah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