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버펄로대 연구진 보고서
(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레스베라트롤(resveratrol)은 포도, 크랜베리, 라즈베리, 오디, 땅콩 등에 함유된 일종의 폴리페놀 성분이다.
레스베라트롤이 항암·항산화·항바이러스·콜레스테롤 저하 등 건강에 이로운 작용을 많이 한다는 건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영국인과 미국인 못지않게 고지방 음식을 많이 섭취하는 프랑스인이 허혈성 심장질환 발병률이 낮은 현상을 '프렌치 패러독스(French Paradox)'라 하는데 WHO(세계보건기구) 연구 등을 통해 레스베라트롤이 풍부한 레드와인의 효과로 보고되기도 했다.
그런데 레스베라트롤이 우울증과 불안증 완화에 작용하는 생리학적 메커니즘을 미국의 과학자들이 발견했다.
레스베라트롤을 더 연구하면, 별로 효과가 좋지 않은 현재의 우울증·불안증 치료제를 대체할 신약도 개발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이 높다.
미국 버펄로대 약대의 쉬 잉 연구 부교수 팀은 이런 내용의 보고서를 최근 저널 '신경약리학(Neuropharmacology)'에 발표했다.
26일(현지시간) 온라인(링크 [http://www.eurekalert.org/pub_releases/2019-07/uab-cfi072619.php])에 공개된 연구개요에 따르면 레스베라트롤이 우울증 개선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는 이전에도 나왔다.
연구팀은 이번에 레스베라트롤이, 우울증과 불안증을 일으키는 PDE 4(포스포디에스테라아제 4) 효소에 직접 작용한다는 걸 밝혀냈다. PDE 4는 스트레스 호르몬 코르티코스테론에 의해 유도된다.
코르티코스테론은 인체의 스트레스 반응을 제어한다. 하지만 스트레스가 너무 커지면 뇌 안에 이 호르몬이 너무 많아져 우울증 등 신경질환을 일으키는데 이 과정에 직접 작용하는 게 PDE 4다.
연구팀은 과도한 코르티코스테론으로 유도된 PDE 4가 우울증, 불안증과 비슷한 행동을 유발한다는 걸 생쥐 실험에서 확인했다.
이 효소는 체내 고리형 AMP(cAMP) 수치를 낮춰 뇌의 물리적 변화를 유발했다. 고리형 AMP는 세포 내 효소 등을 활성화해 세포의 분열, 이동, 사멸 등을 유도한다.
실험 결과 레스베라트롤은 PDE 4의 발현을 억제해 코르티코스테론의 해로운 영향으로부터 뇌 신경을 보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사용되는 우울증 치료제는 주로 세로토닌과 노르아드레날린 호르몬의 작용에 초점을 맞춰 개발된 것이다. 하지만 이런 치료제를 쓴 우울증 환자 중 확실하게 차도를 보이는 경우는 약 3분의 1에 불과하다.
쉬 교수는 "현재 많이 쓰는 우울증·불안증 치료제의 효과적인 대체 약물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엔 중국 장쑤(江蘇)성 쉬저우(徐州) 의대의 인 사오싱 교수도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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