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썸, 농협은행 현장실사서 8개 항목 모두 '적정' 의견 받아
(서울=연합뉴스) 구정모 기자 = 가상화폐(암호화폐·가상통화) 거래소에 대한 자금세탁방지 의무가 강화되는 분위기 속에서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들이 연이어 실명계좌 재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은행으로부터 실명계좌를 받지 못하면 원화로 가상화폐를 거래할 수 없어 실명계좌 보유 여부에 거래소의 사활이 달려있다고 할 수 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빗썸, 업비트, 코인원, 코빗 등 주요 가상화폐 거래소가 이달 말로 실명계좌 계약이 종료된다.
실명계좌는 가상화폐 거래소가 거래하는 은행과 동일한 은행의 계좌를 보유한 이용자에게만 해당 계좌를 통해 입출금하게 하는 제도다. 정부가 지난해 1월 가상화폐 거래 실명제를 시행하면서 도입한 제도다.
현재 빗썸과 코인원은 NH농협은행, 업비트는 IBK기업은행[024110], 코빗은 신한은행과 각각 실명계좌 계약을 맺은 상태다.
이들 가상화폐 거래소는 6개월 단위로 거래 은행과 계약 연장 협상을 진행한다.
계약 만기를 앞두고 협상에서 가장 먼저 웃은 가상화폐 거래소는 빗썸이다.
빗썸은 농협은행의 현장 실사 결과 8개 항목에서 모두 '적정' 의견을 받고 사실상 실명계좌 계약을 6개월 연장했다.
농협은행은 이달 빗썸에 대해 ▲ 이용자의 신원사항 확인 ▲ 회사재산과 고객 예탁·거래금 분리 ▲ 이용자별 거래내역 구분 관리 ▲ 정부의 가상화폐 관련 정책 준수 여부 등을 점검했다.
빗썸은 고객자산 보호 조치가 높은 평가를 받은 데다가 업계 최초로 지난달 자금세탁방지센터를 신설하고 보이스피싱을 방지하기 위해 농협은행과 공조하는 등 노력을 인정받은 결과라고 설명했다.
농협은행과 거래하는 코인원도 조만간 실명계좌 재계약에 서명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비트도 기업은행과 실명계좌 계약을 연장하는 것으로 협상을 마무리 지었다.
단, 기업은행은 거래 실명제 도입 전 기존 회원들에게만 실명거래 계좌를 내주고 있고 신규 회원에 대한 계좌 불가 입장은 여전하다.
코빗은 신한은행과 긍정적으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계약 연장을 준비 중"이라며 재계약을 할 의사가 있음을 시사했다.
코빗은 그러나 현재 실명계좌로 거래가 되지 않고 있다. 신한은행이 금융사기 신고가 접수됐다는 이유로 코빗의 모(母)계좌 자체에 대해 지급 정지 조치를 해서다.
실명거래 계좌가 연장된 후 지급 정지도 풀릴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가상화폐 거래소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는 상황에서 실명거래 계좌의 연장에 청신호가 들어와 업계는 안도하는 분위기다.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는 지난달 가상화폐 거래소에도 금융회사에 준하는 자금세탁방지 의무를 부과하고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으면 영업 허가를 취소하는 내용의 가상자산 관련 국제기준 및 공개성명서를 채택한 바 있다.
FATF의 이런 권고기준 등을 담은 특정금융정보법 개정안이 이미 국회에 계류 중이다.
빗썸, 업비트, 코인원, 코빗 등 4대 거래소를 제외한 나머지 가상화폐 거래소는 실명계좌를 사용하지 않고 있어 규제 강화에 따른 양극화 현상은 심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자금세탁방지나 금융 이상거래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분위기여서 실명계좌 연장이나 신설이 어려워진 상황이지만 이런 의무를 이행하는 거래소는 은행들도 인정하는 추세"라며 "하지만 이는 대형 거래소에 국한돼 있고 중소 거래소는 시스템적으로나 인적으로 열약해 실명계좌를 받고 있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pseudoj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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