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환경운동가, 태양광요트로 대서양 건너 '기후대응' 말한다

입력 2019-07-30 11:23  

10대 환경운동가, 태양광요트로 대서양 건너 '기후대응' 말한다
툰베리 "트럼프, 과학자 말도 안 듣는데 내가 어떻게 설득"…회의감 표명


(서울=연합뉴스) 이세원 기자 = 스웨덴의 청소년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16)가 친환경 에너지로 움직이는 요트를 타고 대서양을 건너 기후 변화 대응을 촉구하는 메시지를 던진다.
기후변화에 미치는 영향을 우려해 항공기조차 이용하지 않기로 한 이 10대 활동가에게 배기가스가 없는 교통편을 제공한다는 제안에 따라 국제사회의 이목이 쏠리는 환경 캠페인이 추진될 전망이다.
툰베리는 "나는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 기후 행동 정상회의와 (칠레) 산티아고에서 열리는 제25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 25)에 참석한다"며 "60피트(약 18.2m)짜리 경주용 보트 말리지아 2호 승선을 제안받았다. 우리는 8월 중순 영국에서부터 뉴욕까지 대서양을 가로질러 항해할 것"이라고 29일(현지시간) 트위터에 썼다.

영국 일간 가디언의 보도에 따르면 말리지아 2호는 세계 일주 요트 대회인 '방데 글로브 2016-2017' 출전을 위해 제작된 단일 선체의 고속 요트로 독일 부동산 개발업자 게르하르트 젠프트가 소유하고 있다.
이 요트에는 태양광 발전을 위한 패널과 탄소를 배출하지 않고 전력을 생산하는 수중 터빈이 장착돼 있다.
이로써 기후 변화와 관련한 국제사회의 행동을 촉구하기 위해 어떻게 대서양을 건널지에 관한 툰베리의 고민은 일단락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올해 9월 23일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 기후 행동 정상회의에 참석하고 싶다는 뜻을 앞서 밝혔으나 항공기나 유람선 등 배기가스를 대량으로 내뿜는 교통편을 이용하지 않고 이동할 방법을 찾지 못해 고심해 왔다.
툰베리는 뉴욕 회의에 참석한 후에는 저탄소 교통수단을 활용해 칠레 산티아고로 이동해 12월에 열리는 기후변화 회의에 참석할 것이라고 BBC는 전했다.
대서양 횡단에는 2주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툰베리의 아버지 스반테, 말리지아 2호의 선장 보리스 헤르만, 모나코 국왕 알베르 2세의 조카인 피에르 카시라기 등이 대서양 횡단 여정을 함께 한다.
툰베리는 요트로 대서양을 건너는 계획을 발표하기 전에 이뤄진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는 방안도 배제하지는 않는다면서도 "시간 낭비"가 될 가능성이 큰 것 같다고 회의감을 표명했다.
툰베리는 "그는 확실히 과학이나 과학자들에게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그러면 제대로 교육받지 않은 어린아이인 내가 어떻게 그를 설득할 수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국제 기후협약인 '파리 협정'에서 탈퇴하기를 원한다는 뜻을 밝힌 바 있으며 이산화탄소와 메탄 배출량을 감시하는 프로그램에 배정된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예산을 삭감하는 등 툰베리의 대척점에 서 있다.
툰베리는 작년 8월 결석하고 스웨덴 국회 앞에서 '기후를 위한 학교 파업'이라는 문구를 들고 지구 온난화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벌였으며 이런 활동을 한 달 넘게 이어 갔다.

툰베리의 활동은 매주 금요일 청소년이 학교를 결석하고 기후 온난화에 대한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미래를 위한 금요일'(Fridays for Future, #FridaysForFuture) 운동을 세계 각국으로 확산하는 계기가 됐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올해 4월 바티칸 성베드로 광장에서 열린 수요 일반 알현 때 툰베리를 만나 격려하는 등 그의 활동은 각지에서 반향을 일으켰다.
패션잡지 '보그' 영국판 9월로 객원 편집자로 참여하는 영국 해리 왕자의 부인 메건 마클 왕자비는 툰베리를 표지를 장식할 '변화의 선구자' 여성 15명 중 한명으로 꼽았다.
sewonle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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