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일본의 자가당착적인 행태가 또다시 국내외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관방장관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에 대해 "2016년 체결 이후 매년 자동 연장돼 왔다"며 갱신을 희망한다는 뜻을 비쳤다. 29일 열린 정례 브리핑에서다. 스가 장관은 "양국 간 군사정보보호협정은 안보 분야의 협력과 연대를 강화해 지역 평화 안정에 기여한다는 인식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주무 부처 수장인 이와야 다케시(岩屋毅) 방위상도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고려할 때 안전보장 면에서 미일, 한일, 한미일의 연대가 대단히 중요하다"며 GSOMIA의 파기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스가 장관과 이와야 방위상의 발언은 모순이며 이율배반이다. 일본은 이달 초 반도체 핵심부품의 한국 수출규제를 강화하면서 그 이유로 안보를 내세웠다. 그런 일본이 다시 안보를 명분으로 군사정보는 공유하자고 하니 논리적으로 타당한 말인가.
GSOMIA는 2010년 당시 일본 방위상이 우리 측에 제안하면서 실무협의가 시작돼 2016년 11월에 체결된 군사협정이다. 이 협정의 유효 기간은 1년으로 기한 만료 90일 전(8월 24일)에 어느 쪽이라도 협정 종료 의사를 통보하면 종료된다. GSOMIA의 발효로 한일 양국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동향 등 대북 군사정보를 공유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일본이 수출규제 조치를 강화하면서 국내에서 GSOMIA를 파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본이 수출규제 명분으로 '신뢰 상실'을 들고 있는데 신뢰할 수 없는 나라끼리 어떻게 가장 민감한 군사정보를 공유할 수 있겠느냐는 지적이 나올 만하다.
일본의 이중적 태도는 이뿐 아니다. 일본은 우리보다 전략물자 수출관리가 허술한 나라에 대해서도 포괄적인 허가를 내주고 있다. 한국은 바세나르체제(WA), 핵공급국그룹(NSG), 호주그룹(AU), 미사일기술통제체제((MTCR) 등 4대 국제수출통제체제에 가입해서 그 지침을 모두 따르고 있다. 그런데도 일본은 반도체 핵심 소재 3개 품목에 대해서는 수출을 할 때마다 건별로 개별허가를 받도록 규제를 강화했다. 반면 대만, 홍콩, 싱가포르 등은 국제수출통제체제에 가입하지 않았는데도 일본은 이들 국가에 대해 3년에 한 번만 허가를 받도록 했다. 한국의 전략물자 수출관리가 미흡하기 때문에 수출규제에 나선다는 일본의 주장이 앞뒤가 맞지 않은 셈이다. 일본은 세계무역기구(WTO) 협정 위반을 피할 명목으로 '안보를 위한 조치'라는 이유를 끌어들이고 있다. 그러나 수출규제는 국제무역질서뿐 아니라 한미일 3국 협력 등 안보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게 명약관화하다.
우리 정부는 국제사회와 함께 일본 측 경제보복 조치의 부당성을 밝히고 강력히 대응해 나가야 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GSOMIA 등을 지렛대로 삼아 일본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야 한다. 마침 이번 주 태국 방콕에서 열리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을 계기로 한일 외교 장관회담이 열릴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진다. 회담이 성사되면 이달 초부터 빚어진 한일갈등 이후 처음으로 외교수장이 대면하는 자리가 된다. 시기적으로도 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배제할 일본 각의가 열리기 직전이어서 이번 회담에 거는 기대가 크다. 경제보복이 조속히 풀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일본에 우리의 입장을 전달하고 설득하는 노력을 기울이기를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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