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무풍지대 식자재마트, 골목상권 소리 없이 잠식

입력 2019-07-31 06:01  

규제 무풍지대 식자재마트, 골목상권 소리 없이 잠식
유통산업발전법 적용 안 받아…규제 형평성 논란

(서울=연합뉴스) 정열 기자 = 소비 트렌드 변화와 유통산업발전법 등의 규제로 대형마트 실적이 부진한 가운데 규제 무풍지대에 있는 식자재마트가 소리 없이 골목상권을 잠식해가고 있다.

면적이 3천㎡를 넘지 않으면서 농축수산물 등 각종 식재료를 저렴하게 파는 식자재마트는 대형마트와 달리 의무휴업일이나 영업시간 제한 등의 규제를 적용받지 않아 최근 수년간 규모가 급성장했다.
3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자영업자들이 각종 식재료를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도록 만든 유통채널인 식자재마트는 원래 고객은 자영업자지만 일반 소비자들도 제한 없이 이용할 수 있다.
최근에는 식자재뿐 아니라 생활용품과 가전제품 등 다양한 상품까지 취급하고 있고, 포인트 제도와 배달 서비스까지 운영하고 있어 사실상 일반 대형마트와 차이점이 별로 없다.
하지만 이런 식자재마트는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대기업 계열 대형마트가 적용받는 유통산업발전법상의 규제를 전혀 받지 않아 소상공인들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행 유통산업발전법은 전통시장 반경 1㎞를 전통상업보존구역으로 설정하고 3천㎡ 이상 면적을 가진 대형마트의 입점을 제한하고 있다.
또 전통상업보존구역이 아니더라도 대형마트는 기본적으로 의무휴업일 지정(매월 공휴일 중 2일), 영업시간 제한(오전 0∼10시) 등의 규제를 받는다.
면적이 3천㎡ 미만이더라도 대기업 계열 점포일 경우 '준대규모점포'에 해당해 역시 같은 규제를 받게 돼 있다.
이 때문에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와 같은 계열 기업형 슈퍼마켓(SSM)은 전통상업보존구역 1㎞ 내에는 출점이 어렵고 의무휴업일 지정, 영업시간 제한 등의 규제를 적용받는다.
반면 식자재마트는 면적이 3천㎡를 넘지 않고 대기업 계열의 점포도 아니기 때문에 유통산업발전법상의 규제를 전혀 받지 않는다.
전통시장과 붙어있고, 24시간 영업을 하며, 연중무휴로 운영되는 식자재마트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이유다.
이렇듯 규제의 손길이 전혀 미치지 않다 보니 주요 식자재마트 업체들은 최근 수년간 빠르게 성장하며 골목상권을 잠식하고 있다.
이는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등록된 주요 식자재마트 업체들의 실적에서도 쉽게 확인된다.
경기지역을 기반으로 16개 점포를 운영 중인 세계로마트는 2015년만 해도 매출 1천329억원, 영업이익 63억원에 불과했으나 지난해에는 매출 3천313억원, 영업이익 134억으로 실적이 껑충 뛰었다.
대구·경북지역에 12개 점포를 운영하는 장보고식자재마트의 경우 2012년에는 매출 1천205억원, 영업이익 11억원이었지만 지난해에는 매출 2천751억원, 영업이익 71억으로 영업이익이 6배 이상 뛰었다.
장보고식자재마트는 오프라인뿐 아니라 '장보자닷컴'이라는 온라인몰도 운영 중이다.
경기지역에 거점을 둔 왕도매식자재마트(윈플러스마트) 역시 2014년 매출 405억원, 영업이익 9억에서 지난해에는 매출 1천53억, 영업이익 19억으로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2배 이상 성장했다.
특히 왕도매식자재마트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으로 규제가 강화된 2012년에 오픈해 매년 점포 수를 늘렸고, 올해 5월 개장한 신규점까지 포함해 7개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조춘한 경기과학대 경영학과 교수는 "소형 슈퍼마켓 등 골목상권을 보호하기 위해 대형마트 의무휴업이 실시됐으나 오히려 상권의 대규모화가 진행됐다"며 "식자재마트 등의 중대형 업체가 반사이익을 얻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11월 서형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포함한 11명의 국회의원이 대규모 점포나 준대규모점포에 해당하지는 않지만, 매출이나 자산총액 규모가 이에 준하면 대형마트와 같은 규제를 받도록 하는 유통산업발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지만, 국회에 계류 중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매출이나 규모 등에서 대형마트와 크게 다르지 않은 식자재마트가 규제 사각지대에서 소리 없이 골목상권을 잠식하고 있다"며 "중소 상인을 보호하고자 하는 현행 유통산업발전법 취지에 맞도록 법을 개정하는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passio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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