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단속기관들이 예외 규정 남용" 주장하며 소송 제기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미국에 불법으로 이민하다 적발된 부모에게서 자녀를 떼어놓는 조처를 금지한 법원 결정 이후에도 1년간 900명이 넘는 어린이가 격리 수용됐다는 통계가 공개됐다.
30일 워싱턴포스트(WP) 등 현지 언론과 외신에 따르면 시민단체 미국시민자유연맹(ACLU)은 이날 샌디에이고 연방법원에 이민자 아동격리의 허용 기준을 밝혀달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 단체는 캘리포니아 남부 연방지방법원이 작년 6월 28일 불법 이민자 부모와 자녀를 격리해선 안 된다는 판결을 내린 이후에도 지난달 29일까지 911명의 어린이가 추가로 가족과 격리됐다고 밝혔다.
이들 중 678명은 부모에게 범죄 혐의가 있다는 이유로 격리 수용됐다.
나머지 어린이들은 가족 관계가 증명되지 않는다거나 부모의 전염성 질환 감염, 갱 활동 연루 의혹 등이 문제가 됐다.
격리 조처된 어린이 5명 중 1명은 5세 미만 영·유아였다.
ACLU를 비롯한 이민자 인권운동 단체들은 단속기관이 교통위반 등 사소한 잘못만 저질러도 부모에게서 자녀를 떼어놓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번 소송을 맡은 변호사 리 걸렌트는 "이들(단속기관)은 이민자 부모와 아동을 계속 격리하기 위해 '자녀에게 정말로 위험한 부모'란 예외를 악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저귀를 제대로 갈지 못한다거나 피해액이 5달러에 불과한 기물파손 혐의 때문에 어린 자녀와 떨어지게 된 이민자들이 있다는 것이다.
ACLU는 언어장애 때문에 미국 세관국경보호국(CBP) 당국자들의 질문에 또렷이 대답하지 못한 아버지가 4살 아들과 헤어지게 된 사례도 있다고 덧붙였다.
부모와 격리된 이민자 어린이들은 평균적으로 4개월 가까이 격리 수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격리된 어린이들은 심각한 정신적 외상을 입게 된다고 인권 단체들은 주장한다.
이런 비판과 관련해 케빈 매컬리넌 국토안보부 장관 대행은 지난 18일 하원 감독개혁위원회에 출석해 이민자 부모와 아동을 격리하는 조처는 "정책과 법원 명령에 따라 신중히 통제되고 있다"고 해명했다.
그는 매일 1천500∼3천명의 불법 이민자가 단속되지만, 부모와 자녀를 격리하는 경우는 1∼3건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반(反) 이민 정책을 추진해 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작년 5월 불법 입국자를 형사 처벌하고 미성년 자녀는 격리 수용하는 정책을 실시했다가 불과 한 달 만에 철회했다.
철망으로 둘러싸인 수용소에 갇혀 부모를 찾으며 우는 아이들의 모습이 방송을 타면서 여론의 뭇매를 맞았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작년 6월 20일 밀입국 외국인과 자녀를 함께 수용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같은 달 26일 미 캘리포니아 남부 연방지방법원은 부모와 격리된 이민자 어린이 2천700여명을 한 달 내로 가족과 만나게 하라는 판결을 내렸고, 이 어린이들은 현재는 모두 가족과 재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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