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서영 기자 = 미국 역사상 가장 악명 높은 갱단 두목으로 꼽히는 존 딜린저의 유골이 사후 85년 만에 발굴될 예정이라고 AP통신이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인디애나주 보건 당국은 오는 9월 16일 인디애나폴리스 '크라운 힐 공동묘지'에 묻힌 존 딜린저의 유골을 발굴해 이장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딜린저의 분묘 이장을 신청한 그의 조카 마이클 C. 톰프슨이 지난 2일 당국의 공식 허가를 받아 추진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인디애나주 역사협회 소속 역사학자인 수전 서턴은 "발굴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딜린저의 아버지는 아들의 관을 철근 콘크리트판으로 감싸고, 콘크리트와 고철로 덮었다"고 밝혔다.
서턴은 "딜린저의 무덤과 시신이 훼손되고 도굴될 위험을 우려했다"면서 "실제로 가족들에게 딜린저의 시신을 대여해 전시하는 조건으로 돈을 주겠다고 제안한 사람들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서턴은 "이번 발굴을 통해 딜린저가 자신의 이름이 새겨진 무덤에 묻히지 않았다는 음모론도 해소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범죄 영화 '퍼블릭 에너미'의 실제 모델이기도 한 딜린저는 '딜린저 갱'이라는 조직을 이끌고 은행 수십곳과 경찰서를 공격했다.
그는 1930년대 대공황 시기에 경기 불황의 원인으로 지탄받던 은행의 돈을 털었으며, 절도 행각을 벌일 때에도 늘 정중했다는 독특한 일화 때문에 '서민 영웅'으로 추앙받기도 했다.
또 수차례 탈옥에 성공한 딜린저는 성형수술로 얼굴을 바꾸고, 지문을 없애는 등 치밀한 범죄 수법을 보였고, 이후 딜린저를 필두로 한 조직범죄를 소탕하기 위해 오늘날의 FBI가 생겨났다.
딜린저는 그의 행적을 아는 내부자의 제보로 시카고의 한 영화관에서 나오다 그를 기다리던 FBI 요원들에게 사살당해 목숨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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