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상서 기자 = 지난달 28일 클리앙과 에펨코리아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손님에게 반성문 써오라고 하는 치킨집'이라는 게시물이 올라왔다.
인천의 한 치킨 전문점에서 배달 대행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치킨을 주문했다고 밝힌 'nare****'는 "45분을 기다리다가 언제 도착하는지 전화해서 묻자 불쾌한 대답과 함께 말하는 도중에 전화를 끊어버렸다"고 배달 앱 후기란에 적었다.
그러자 해당 점주가 "(손님이 먼저) 말투를 더럽게 했다. 반성문 써서 가게로 갖고 오라"며 "'맘충' 짓이냐. 꼴랑 2만원짜리에 대접받고 싶어 그런거냐"는 답글을 달았다는 것.
해당 글이 인터넷을 통해 급속히 공유되며 논란이 커지자 해당 점포는 뒤늦게 배달 앱을 통해 공식 사과문을 올렸다. 점주 A씨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주변 몇몇 식당이 고객 항의로 폐업하는 모습을 봐서 예민하게 대처한 것 같다"며 "잘못했고 고객께 죄송하다. 당시 행동에 대해 많이 후회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당 치킨 프랜차이즈 본사 관계자는 "이 사안에 대해 자체 심의위원회를 진행 중"이라며 말을 아꼈다. 이 관계자는 "전체 체인점을 대상으로 고객 응대 방식에 대한 재교육을 할 예정"이라며 "회사 홈페이지에 공식 사과문을 올릴지 여부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도마에 오른 배달 업체는 이곳 뿐만이 아니다.
지난달 21일 피자헛의 인기 메뉴를 주문한 B씨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반죽이 시커멓게 타버린 피자를 받았다'는 글을 올렸다. 그는 이 같은 사실을 피자헛 고객 상담실에 알렸지만 "정상적으로 제조한 음식이기 때문에 교환이나 환불이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이 사연이 인터넷상에서 빠르게 확산하며 비판이 거세지자 한국 피자헛 본사는 열흘 가까이 지나서 공식 SNS 계정에 사과문을 올렸다.
같은 달 12일에는 먹방 유튜버인 '홍사운드'가 'BBQ에 사기당했다'는 영상을 올리면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 새로 출시했다고 광고한 2만원짜리 치킨을 시켰는데, 먹어보니 기존에 판매하던 1만8천원짜리 메뉴가 왔다는 것.
이런 사실을 항의하자 매장 측은 "사실은 신제품이 아니라 이름만 바꾼 메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BBQ 본사 측은 "해당 지점의 해명은 사실과 다르다"라며 "당시 전국 모든 매장에는 신제품이 출시됐고, 어디까지나 일부 매장의 배달 실수로 음식이 잘못 나간 것"이라고 해명했다.
해당 유튜브 영상이 주목을 끌기 시작하자 BBQ 본사는 지난달 25일 공식 SNS 계정에 "해당 유튜버를 포함해 같은 피해를 받은 고객 모두에게 차액을 환불해 드리고, 치킨 쿠폰을 추가로 제공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사과문을 올렸다.
전문가들은 "배달 시장의 파이가 커지면서 부작용도 함께 증가했다"며 "업체별로 적절한 고객 대응 매뉴얼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지현 한국외식산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매장 내 영업에만 전념하던 식당도 최근 들어 대행업체를 끼고 배달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며 "배달 시장 자체가 급성장하면서 관련 문제도 증가하는 데다 배달 경험이 없는 업체까지 가세하다 보니 미숙한 대처 방식 등의 허점이 드러난 것"이라고 말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5월 온라인·모바일 음식 서비스 거래액은 6천98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늘었다.
과거와 달리 문제가 있는 제품에 대해 침묵하지 않고 인터넷을 통해 공론화하는 소비자 트렌드가 낳은 현상이라는 의견도 있다.
김경자 가톨릭대 소비자학 교수는 "예전에야 고객이 항의할 수 있는 방법이 기업 상담실 정도였지만 요즘은 커뮤니티나 SNS 등 불만을 드러낼 수 있는 창구가 무궁무진해졌다"며 "인터넷 문화 특성상 확산 속도도 빠른 만큼 파급 효과도 크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특히 음식 배달과 관련한 논란이 이어지는 것은 업체 상당수가 기본적인 문제에 대한 대응 매뉴얼조차 아직 마련하지 못했다는 방증"이라며 "새롭게 뜨기 시작한 업계에서 흔히 보이는 모습이기도 하다"라고 덧붙였다.
반면 요식업계에서는 정당한 지적은 받아들여야 하지만 무리한 요구를 일삼는 고객도 있다고 호소한다.
지난 2017년 서양식 레스토랑을 개업해 올해 초 배달을 시작한 남모(37)씨는 "음식에 문제가 있다면 당연히 다시 가져다드리는 게 맞다"고 전제한 뒤 "얼마 전 절반 넘게 먹고 나서 맛이 변했다고 음식을 가져가라는 고객이 있었다. 곤란하다고 하자 '인터넷에 올리겠다'고 으름장을 놓더라. 결국 환불해 드렸다"고 하소연했다.
shlamazel@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