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리 빌보드'처럼 광고판에 성폭력문제 호소한 美여성 벌금위기

입력 2019-08-01 17:24  

'쓰리 빌보드'처럼 광고판에 성폭력문제 호소한 美여성 벌금위기
아동 성폭력법 개정 끌어내…뉴욕주는 "로비스트 등록 안했다"며 벌금 경고

(서울=연합뉴스) 김형우 기자 = 할리우드 영화 주인공처럼 3개의 광고판을 이용해 아동 성폭력 관련 문제를 지적한 미국 여성이 곤란한 상황에 놓였다.
행정당국이 관련 규정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 여성에게 수천만 원에 달하는 벌금을 부과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31일(현지시간) AP 통신에 따르면 간호사로 일하는 캣 설리번은 지난해 영화 '쓰리 빌보드'의 주인공처럼 광고 회사로부터 뉴욕주 등에 위치한 옥외 광고판 3개를 한 달 동안 빌렸다.
뉴욕주의 아동 성폭력 피해자 보호법(Child Victims Act)에 담긴 성폭력 가해자에 대한 공소시효의 연장을 촉구하기 위해서였다.
20년 전 뉴욕주 북부의 한 사립학교에서 교사에게 성폭행을 당한 설리번은 할리우드 영화 '쓰리 빌보드'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AP는 전했다.
이 영화는 살해당한 딸의 살인 사건에 대한 관심이 사라지자 이를 알리기 위해 광고판을 사용하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다뤘다.
설리번은 광고를 통해 성추행 혐의에 대한 기소 또는 소송의 시점을 엄격하게 제한한 기존 법 규정을 강력하게 비판했다.
또 관련법 개정을 촉구하는 현수막을 매단 비행기가 뉴욕주 주도인 올버니 상공을 날도록 비행사까지 고용했다.



이런 노력 덕분인지 아동 성폭력 가해자에 대한 공소시효를 연장하는 새로운 내용의 아동 피해자 법이 지난 1월 주의회를 통과했다고 AP는 전했다.
새 법안에 따르면 아동 성폭력 범죄의 공소시효를 피해자가 28살이 될 때까지로 늘렸다. 기존 법에서는 시효를 23살로 제한했다.
문제는 그 이후에 발생했다. 최근 설리번에게 7만5천달러(약 8천900만원)에 달하는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는 내용의 편지가 뉴욕주로부터 날아온 것이다.
개인이 입법부(의회)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5천달러(590만원) 이상을 쓸 경우에는 로비스트로 등록해야 한다는 규정을 위반했다는 게 그 이유였다.
설리번은 자신을 로비스트로 여기는 것과 관련해 "뉴욕주가 선을 넘어선 것"이라며 변호사를 고용,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뉴욕주 관계자는 "법률에 따라 누가 얼마나 많은 금액을 의원들에게 지출했는지를 국민에게 공개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vodcast@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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