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2차보복] 일본의 경제보복 2탄…한국, 백색국가→일반국가(종합)

입력 2019-08-02 17:00  

[日 2차보복] 일본의 경제보복 2탄…한국, 백색국가→일반국가(종합)
백색국가는 '우호국가'…日, 한국과 관계 '협력→경쟁' 전환
백색국가→일반국가 전환 첫 사례…시행 전 철회 가능성 희박
857개 '비민감 품목 전략물자' 수출 통관 절차 복잡해져
정밀공작기계·탄소섬유,·정밀화학제품 등 타격 예상
비전략물자에도 '캐치올 규제'…자의적 운용으로 숨통 죄기 전략


(도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일본 정부가 2일 각의(국무회의) 결정을 통해 한국을 '백색 국가(화이트 리스트)' 명단에서 제외하는 2차 수출 규제를 단행했다.
2004년 이후 한국이 갖고 있던 백색 국가 지위를 빼앗은 것으로, 사실상 대부분의 물자에 대한 한국 수출 절차를 까다롭게 해 한국 경제에 실질적인 타격을 주겠다는 야욕을 드러낸 것이다.
일본 법률의 백색 국가 관련 규정은 '수출무역관리령'과 관련 고시에 있다.
백색 국가는 일본 기업이 전략물자 등을 수출할 때 통관절차를 간소화해주는 일종의 우호 국가 목록이다.
일본 정부는 전략물자로 1천120개를 정해 놨는데, 이 중 263개의 '민감 품목'은 백색 국가를 포함한 모든 국가에 수출할 때 개별 허가를 받아야 한다. 미사일, 핵물질, 생화학무기 등 직접적인 무기류가 여기에 해당된다.




일본, 한국에 2차 경제보복 단행…'백색국가'서 제외 / 연합뉴스 (Yonhapnews)


한국이 백색 국가에서 일반 국가로 위치가 바뀌면서 간소화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되는 경우는 전략 물자 중 857개의 '비(非)민감 품목'에 대해서다. 공작기계나 집적회로, 통신 장비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이들 품목에 대해 일본 기업들이 백색 국가로 수출할 때는 3년 단위로 1번 심사를 받으면 개별 허가를 안 받아도 되는 '일반 포괄 허가'만 있으면 된다.
백색국가에서 제외돼 '일반 국가'로 취급받게 됨에 따라 한국은 전략 물자 중 비민감 품목 대해 개별 허가를 받거나 '일반 포괄 허가'보다 훨씬 까다로운 '특별 일반 포괄 허가'를 받아야 한다.
'특별 일반 포괄 허가'를 받으려면 수출 기업이 사전에 수출관리 프로그램을 신고하고 경제산업성의 점검을 거쳐 인증을 받는 등의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일본 정부가 지난달 4일 1차 조치로 수출 규제를 강화한 고순도 불화수소(에칭가스),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포토리지스트 등 3개 품목은 전략물자 중 이런 비민감 품목에 속한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이번 수출무역관리령 개정 전에 운영 규정을 바꿔 이들 품목에 대해 한국 수출시 간소화 혜택을 받지 못하게 했다.


한국을 백색 국가에서 제외하는 조치를 통해 한국 산업계에 직격탄이 될 전략물자로는 정밀공작기계, 탄소섬유, 기능성 필름 접착제 등 정밀화학제품이 꼽힌다. 한국의 대일 의존도가 높은 품목들이다.
일반 국가는 비전략물자에 대해서도 백색 국가에 비해 불이익을 받는다. 백색 국가로 수출할 때에는 비전략물자에 대해서는 허가를 받지 않아도 되지만, 일반 국가로 수출할 때에는 군사 전용 가능성이 있는 품목에 대해 '캐치올(상황 허가·모든 품목 규제) 제도'가 적용된다.
비전략물자에는 이른바 4대 수출통제 체제(호주 그룹, 바세나르 체제, 미사일기술통제체제, 핵공급국그룹)의 대상이 되는 모든 품목 중 전략물자를 제외한 품목이 포함된다.
결국 전략물자와 비전략물자를 합해 식품과 목재를 제외한 거의 모든 품목이 규제 강화의 대상이 되는 셈이다.
알아야 이긴다…일본의 '2차 공격' 백색국가란 / 연합뉴스 (Yonhapnews)
비전략물자 중 캐치올 제도의 대상이 되는 '군사 전용 가능성'이 있는 품목이 어떤 것인지는 규제 주체인 일본이 사실상 결정한다. 일본은 자의적으로 '군사 전용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를 갖다붙이며 규제 대상을 늘려 한국의 숨통을 조이는 전략을 사용할 것으로 우려된다.
한국이 빠진 백색 국가에는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아르헨티나, 호주, 뉴질랜드, 벨기에, 불가리아, 오스트리아, 체코, 그리스, 핀란드, 덴마크, 캐나다, 스웨덴, 스페인, 아일랜드, 이탈리아, 네덜란드, 룩셈부르크, 노르웨이, 폴란드, 포르투갈, 스위스, 헝가리 등 26개국이 포함됐다.
백색 국가에 포함돼 있다가 일반 국가로 전환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일본의 조치가 일본 정부가 주장하는 것처럼 단지 관리 절차상의 결정이 아니라 보복으로 해설될 만큼 이례적인 것으로 평가받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일본 정부는 수출무역관리령 일부 개정안을 지난달 1일 발표한 뒤 지난 24일까지 '퍼블릭 코멘트'(의견)을 받았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퍼블릭 코멘트는 이례적으로 많은 4만건이 접수됐다. 대부분이 법령 개정에 찬성하는 의견이었는데, 이는 우익세력을 중심으로 일본 정부의 보복 조치에 찬성하는 사람들이 조직적이고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한 결과인 것으로 보인다.
각의를 통과한 수출무역관리령은 경제산업성 장관의 서명,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연서 후 일왕의 공포로 최종 확정되며, 이 시점에서 21일이 지난 다음 시행된다.
일본 정부는 이날 각의를 통과한 개정 수출무역관리령을 7일 공포해 28일 시행할 계획이다.
일본 정부는 이번 조치가 이미 각의를 통과한 것인만큼 되돌리기 힘들다는 입장을 한국 측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절차가 자동적으로 진행되는 만큼 철회 가능성은 대단히 낮다. 절차상으로는 일왕이 공포를 하지 않을 수 있지만, 이는 헌법이 일왕에 대해 금지하고 있는 국사행위에 해당하는 만큼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일본 정부가 한국을 백색 국가에서 제외한 것은 한국 경제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겠다는 의도도 있지만, 한국과의 관계를 '협력'에서 '경쟁'으로 전환한다는 의미도 있다.
일본 정부는 그동안 경제적인 동맹 관계에 있는 국가에 백색 국가 위치를 부여했다. 백색 국가는 '우호 국가'의 다른 이름인 셈이다.
일본 정부는 지난달 4일 3개 품목에 대해 첫 규제 강화 조치를 할 때 "한국과의 신뢰관계에 기초해 수출관리에 임하는 것이 곤란하다"고 강조했었다.
bkki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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