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시노 교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동향에 관심 쏠릴 것"
오쿠조노 교수 "美 중재 절박함 없었다…사태 냉철하게 봐야"
(도쿄=연합뉴스) 김정선 특파원 = 일본 정부가 2일 각의(국무회의)에서 한국을 '백색국가'(화이트 리스트)에서 제외하는 법령 개정안을 처리함에 따라 악화할 대로 악화한 한일관계는 '시계 제로' 상태가 됐다.
니시노 준야(西野純也) 게이오대(정치학과) 교수는 "당분간 이러한 상황이 계속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구체적으로 "일단 이달 말까지는 긴장 상태가 되지 않을까 한다"고 예상했다.
일본 정부는 지난달 1일 한국에 대한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의 수출규제 조치를 발표하면서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하는 법령 개정안을 함께 고시했다.
지난달 4일 수출규제 조치를 단행한 일본은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이날 각의에서 결정했다. 시행 시점은 이달 28일이다.
니시노 교수는 "개정안이 각의에서 결정돼 한국 측의 강한 반발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달의 경우 문재인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에 포함될 대일 메시지와 오는 24일까지 연장 여부가 결정돼야 하는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의 추이에 관심이 쏠릴 것으로 니시노 교수는 전망했다.
그는 "한국 정부가 어떻게 움직이는지가 관건이 되는 것으로, 어떻게 인식하고 대응하느냐에 관심이 쏠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다른 한편으론, 양측 모두가 계속 이대로 가도 된다고 생각하고 있지는 않은 듯하다"며 "9월 이후 이러한 인식 아래 접점을 찾을 수 있는지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미국의 데이비드 스틸웰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의 한일 방문을 거론한 뒤 "미국 정부 인사들이 한일 관련 상황을 우려하는 것은 사실일 것"이라고 관측했다.
니시노 교수는 "미국이 한일 양국에 각각 제안했다고 보도된 중재안은 양측이 받기 어려운 상황이 있다"며 "결국 한일 양국 정부가 진지하게 얘기할 기회를 빨리 마련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앞서 아사히신문은 지난달 31일 미국이 일본에는 수출규제 강화 '제2탄'을 진행하지 않을 것을, 한국에는 압류한 일본기업의 자산을 매각하지 않을 것을 각각 촉구했다고 보도했다.
니시노 교수는 "이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것은 한일 양국 정부 간의 리더십"이라며 "양측이 어렵더라도 상황 악화를 방치하지 말고 여러 기회를 찾아 접점을 찾으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오쿠조노 히데키(奧園秀樹) 시즈오카현립대(국제관계학) 교수는 먼저 "지난달 1일 백색국가에서의 한국 제외 조치를 예고한 일본이 이날 관련 절차를 진행한 것"이라며 "유일한 변수는 미국이었는데, 위기감을 갖고 한일 간 상황을 풀어야겠다는 절박함이 있었다면 각의 이전에 행동을 취했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오쿠조노 교수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향후 한일 관계에 대해선 "지금 상태로 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면서도 "이에 대응하려면 지금 상태를 냉철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양국의 정책 결정 과정에 상대방 국가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 각각 있어야 하는데, 배제된 상태는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도 말했다.
그는 "예정대로 백색국가에서 한국을 배제했다는 것은 일본 정부가 기존에 말해왔던 대로 한국 정부가 '징용공' 판결에 대한 협정 위반 상황을 고치는 적절한 조처를 하지 않는 한 양보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오쿠조노 교수는 그러면서도 일본 정부에 대해 "당분간 한국으로의 수출이 차질없이 진행되도록 하는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며 "한국 정부에 시간을 줘 한 걸음 더 나서는 제안을 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압류된 일본 기업의 자산이 매각돼 현금화가 이뤄지면 일본 정부는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되는 일로 받아들일 것이고 양국 관계가 파국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오쿠조노 교수는 한국 정부에 대해선 "그때까지 일종의 시간적 유예 기간을 놓쳐서는 안 된다"고 말한 뒤 재단이나 기금을 만드는 방안의 필요성을 거론했다.
그는 "타협점을 찾으려면 한일 양국이 각각 국내 반발을 완화하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js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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