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소련 1987년 지상발사 중·단거리 미사일 제거 합의…2천692기 제거 결실
신전략무기감축협정과 핵통제 양대산맥 역할…한반도 전술핵 철수에도 영향
(워싱턴=연합뉴스) 백나리 특파원 = 미국이 동부시간 기준 2일 0시(한국시간 2일 오후 1시)를 기해 탈퇴한 중거리핵전력(INF) 조약은 1987년 체결돼 탈냉전의 신호탄을 쏘고 이후의 미·러시아 간 핵통제 체제를 떠받쳐온 역사적 합의다.
사거리가 500∼5천500㎞인 지상발사형 중·단거리 탄도·순항미사일의 생산과 실험, 배치 전면 금지로 2천692기의 미사일 제거라는 성과를 냈다. 구체적이고 엄격한 검증을 합의해 모범적 선례를 남긴 것도 INF조약의 대표적 결실이다.
INF조약의 물꼬는 1985년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의 등장과 함께 마련됐다.
소련이 1970년대 중반부터 서유럽을 사정권으로 하는 신형 중거리탄도미사일 SS-20을 배치하고 미국이 중거리탄도미사일 퍼싱-2의 유럽 배치로 맞불을 놓으며 대치를 이어가던 시점이었다.
고르바초프 서기장은 로널드 레이건 당시 미 대통령과 1986년 10월 아이슬란드 레이캬비크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중거리미사일 전력감축에 대한 공감대를 이룬 뒤 1987년 12월 백악관에서 열린 회담에서 INF조약 서명이라는 결실을 이뤄냈다.
이에 따라 3년간 양측이 2천692기의 미사일을 제거했다. 1991년 5월 11일 소련이 마지막 SS-20을 제거했고 그 직전 미국도 마지막 미사일을 없앴다.
제거 절차와 사찰 방식을 상세히 규정하고 엄격하게 적용했다는 점도 INF조약의 대표적 결실이었다.
INF조약을 시발점으로 미·소는 1991년 7월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 체결로 핵탄두와 대륙간탄도미사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등의 감축에 합의하며 핵군비통제의 토대 마련에 성공했다.
주한미군에 배치됐던 전술핵무기가 철수된 것도 그 연장선이다. 이어 1991년 12월에는 남북이 핵무기의 시험, 제조, 생산, 접수, 보유, 저장, 배비, 사용을 하지 않는다는 '한반도비핵화공동선언'에 합의했다.
소련 붕괴 이후 INF조약 이행을 승계한 러시아가 조약을 이행하지 않는다고 미국이 불만을 제기하기 시작한 것은 버락 오바마 정부 시절이다. 오바마 정부는 2014년 연례적으로 작성하는 준수보고서에서 러시아의 조약 위반을 지적하며 경고했고 러시아는 이를 부인했다.
INF조약에 대한 노골적 불신을 보여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결국 탈퇴라는 초강수를 뒀다. 국가이익에 대한 지대한 위협이 있을 경우 6개월 전 탈퇴를 통보하도록 돼 있는 규정을 내세워 지난 2월 탈퇴를 선언한 것이다.
전세계 핵무기의 90%를 보유한 미·러 간 핵통제 질서를 떠받쳐온 INF조약에 이어 양대 산맥 역할을 해온 START도 운명의 갈림길에 설 것으로 보인다.
2010년 신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으로 명맥을 이은 이 협정은 2021년 만료 예정이라 기한 연장이 필요하다. 그러나 '강경파'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달 30일 공개강연에서 애초에 결함이 있었던 협정이라며 기한연장에 부정적 입장을 피력한 바 있다.
nar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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