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방압력에 당분간 시장 전망 어두워…"코스피 2,000선은 회복 가능" 예상도
(서울=연합뉴스) 박진형 임미나 곽민서 기자 = 일본의 수출규제 확대에 미중 무역갈등 고조, 북한의 발사체 도발, 바이오 업종 거품 우려까지 금융시장에 악재 쓰나미가 몰아치고 있다.
이에 따라 2일 국내 금융시장에서는 주가와 원화 가치가 나란히 급락했다.
코스피는 이날 오전 10시 35분 현재 1,995.76으로 전날보다 1.07% 떨어졌다.
코스피가 장중 2,000선이 무너진 것은 올해 1월 4일(1,984.53) 이후 7개월 만이다.
원/달러 환율은 서울 외환시장 개장 직후 달러당 1,196.5원까지 올랐다. 지난 5월 22일 기록한 장중 연고점과 같은 수준이다.
악재가 잇따르면서 위험자산 회피심리가 확산한 데 따른 것이다.
우선 간밤에는 미중 무역갈등이 악화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트윗을 통해 "미국은 9월 1일부터 3천억 달러 규모의 나머지 중국 제품에 10%의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중 무역갈등이 협상을 통해 해결 기미를 보이기는커녕 확전 양상으로 치닫자 세계 금융시장은 요동쳤다.
뉴욕증시에서는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1.05%),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0.90%), 나스닥(0.79%)이 모두 하락했고 국제유가는 9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가 7.9% 폭락했다.
여기에 일본 정부는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전략 물자 수출심사 우대 대상)에서 배제하는 방안을 결국 강행했다.
일본은 2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주재로 연 각의(국무회의)에서 한국을 '화이트 리스트'에서 제외하는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의결했다고 교도통신 등이 긴급뉴스로 전했다.
미국, 영국 등 27개국이 포함된 백색국가 명단에서 한국이 제외되면 일본 기업이 한국으로 수출할 때 거의 모든 품목에서 개별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에 따라 일본에서 생산 장비나 소재·부품 등을 수입 조달하는 기업들을 중심으로 국내 산업에 광범위한 악영향이 예상된다.
하인환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한국 배제는 이미 알려진 위험성이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부과 발표는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악재였다"고 말했다.
그는 "금융시장에서는 미국의 추가 관세 부과 가능성이 제한적이라는 판단이 지배적이었는데 이제 예상치 못한 위험성이 현실화했다"며 "일본 이슈에 더해 미중 무역갈등도 격화되면서 단기적인 주가 충격이 커지게 됐다"고 예상했다.
게다가 신라젠[215600]이 개발 중인 면역항암제 '펙사벡'이 미국에서 임상시험 중단 권고를 받았다는 소식도 바이오·제약 업종의 주가에 악영향을 끼쳤다. 코스닥 시가총액 순위 3위였던 신라젠은 개장과 동시에 하한가로 직행했고 다른 바이오주도 동반 약세를 보였다.
북한이 새벽에 동해로 발사체를 쐈다는 소식에 일부 남북경협주의 주가도 하락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당분간 위험자산에 속하는 원화나 주식 가치에 하방 압력이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일본의 한국 백색국가 제외, 미중 무역전쟁 악화 등 악재가 겹치면서 국내 투자자들이 자신감을 많이 상실했다"며 "코스피는 이미 2,000선을 놓고 공방을 벌이는 상황이고 코스닥 600선도 시험대에 놓였다"고 진단했다.
그는 "미중 협상도 어려워 보이고 미국이 관세를 더 높일 가능성도 있다"며 "일본의 한국 백색 국가 제외 악영향도 있어 증시 하방 압력이 이어지면서 다음 주나 그다음 주에도 상황이 나빠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3분기 코스피는 1,950 정도에서 심리적 하단이 형성될 것"이라며 "4분기쯤에 미국의 기준금리 추가 인하 가능성이 확인되고 달러 강세가 진정되면 흐름이 달라질 여지는 생길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본 백색국가 제외 조치의 구체적인 영향 등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일단 다음 주까지는 코스피가 약세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며 "다만 일본 의존도가 높았던 기업들은 부진한 반면 국산화 대체 수혜가 예상되는 종목들은 오르면서 주가 흐름에 양극화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코스피가 장기간 2,000선 아래에서 머물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오현석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코스피가 2,000선 밑에서 장기간 맴돌 가능성은 작다"며 저가 매력으로 증시에 기관 매수세가 유입될 수 있고 연준의 금리 인하나 중국의 경기 부양책 등에 대한 기대감도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덩달아 매도하기보다는 시장 흐름을 관망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jh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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