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시장] 몰디브 말레 수산시장

입력 2019-10-15 08:01  

[세계의 시장] 몰디브 말레 수산시장

(말레=연합뉴스) 조보희 기자 = 신혼 여행객들이 많이 찾는 인도양의 섬나라 몰디브 말레 공항에 근접해서 비행기 창문 너머 밑을 내려다보면 건물이 가득 들어차 있는 작은 섬이 한눈에 들어온다. 그 섬이 바로 말레 수도 섬이다.
말레는 전 세계에서 손꼽는 초미니 수도 중 하나로, 섬 면적이 가로 1.7km, 세로 1km다. 이 작은 지역에 13만여 명이 모여 사니 인구밀도로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 참치가 주식인 몰디브

몰디브 사람들의 주식은 참치 등 생선이다. 국토의 대부분이 바다이고 경작지가 거의 없다 보니 과일, 채소 등 재배작물은 극소수이고, 쌀이나 밀가루 같은 곡물은 전량 인근 스리랑카 등에서 수입한다.
그래서 너른 앞바다에서 흔하게 잡을 수 있는 참치가 오랫동안 몰디브 사람들의 배를 채워 왔다. 자연히 말레의 대표 시장은 수산시장이고, 시장에서 가장 흔한 물고기는 참치다.
말레 시내 북쪽의 중심 상업지구에 있는 말레 수산시장은 늘 신선한 식자재를 사려는 현지인들로 붐빈다. 특히 아침에 바다로 나갔던 어선들이 항구로 돌아오는 오후 4시경 수산시장은 그 어느 때보다 활기가 넘친다.
무게 50kg에 길이 1m가 넘는 가다랑어, 황새치 등 대형 참치류부터 작은 삼치까지 다양한 크기와 형형색색의 싱싱한 참치들이 시장바닥에 펼쳐진다.
생선이 들어오면 시장은 상인과 손님의 흥정 소리로 순식간에 왁자지껄해진다.




수산시장에서 가장 바쁜 사람은 생선을 먹기 좋게 손질해 주는 생선 해체 전문가들이다. 우리나라에선 이 일은 대부분 아주머니들이 하지만, 몰디브에선 근육질의 팔뚝을 가진 장정들이 거대한 생선을 쉴 새 없이 토막 낸다.
팔뚝만 한 크기의 참치는 30초면 끝나고, 대형 참치도 몇 분이면 해체가 완료된다. 머리 분리, 지느러미 제거, 껍질 제거, 뼈 발췌, 살코기 분리 순으로 진행되는 해체작업은 국내에서는 보기 어려운 그야말로 구경거리다.
덩치 큰 생선을 다루다 보니 해체하는 장정들의 팔뚝은 굵어질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여행자에겐 신기한 볼거리를 제공하지만, 현지인에겐 치열한 삶의 현장이다.



시장 건물 밖으로 나오면 항구에 고기잡이배들이 정박해 있다. 대부분의 배가 파란색이다. 몰디브 바다가 파랑 일색이다 보니 배도 파란색으로 칠한 걸까.
선원들은 배 위에서 고기 잡느라 땀범벅이 된 몸을 씻고 있다. 거대한 참치를 낚아 올리는 일은 어부나 참치 양쪽 모두에게 생존이 걸린 사투일 것이다.
몇 걸음 옮기면 과일과 채소를 파는 재래시장으로 이어진다. 입구에는 몇몇 남자들이 바닥에 코코넛을 쌓아놓고 쉬고 있다.
시장에는 가게마다 처마에 바나나 다발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코코넛, 파파야 등 대부분 열대 과일이다.
잎채소가 많고 우리나라 시장에서 흔한 뿌리채소는 많지 않은 편이다. 대부분의 섬이 산호섬이고 모래로 되어 있어 작물 재배가 다양하지 못한 탓일 것이다.
시장에서 볼 수 있는 상인이나 손님은 대부분 남자로, 여자는 잘 보이지 않는다. 몰디브는 이슬람국가이기 때문에 바깥일은 대부분 남자가 한다.



◇ 국제공항에서 택시로 갈 수 있는 말레섬

몰디브에 오는 관광객들은 대부분 말레섬과 떨어진 벨라나 국제공항(훌훌레섬)에 도착한 뒤 예약해 둔 리조트 섬으로 바로 이동하기 때문에 말레 시가지를 관광하려면 시간을 내 말레섬으로 이동해야 한다.
말레섬과 훌훌레섬은 2018년 9월 개통한 시나말레 다리로 연결돼 두 섬 간 차량 이동이 가능해졌다. 페리 외에 택시를 이용할 수도 있다.
몰디브는 인도 아래 스리랑카에서 남서쪽으로 약 650km 거리에 있다. 길이 760km, 폭 128km의 바다에 산호로 둘러싸인 섬 1천190여 개가 긴 띠를 이루고 있다.
90%가 바다에 덮여 있고 물 위에 올라와 있는 국토의 면적은 제주도의 6분의 1 크기인 300㎢에 불과하다. 그중 가장 큰 섬의 면적이 8㎢가 채 되지 않는다.
몰디브 섬의 평균 해발고도는 2.1m이며 섬 면적의 80% 이상은 해발고도가 1m 이하다. 어느 곳이나 6m를 넘지 않는다. 이런 조각 섬들에 약 47만 명이 사는데, 수도인 말레에 약 30%가 모여 산다.
관광산업은 몰디브 국내총생산(GDP)의 28%, 외화수입의 60% 이상을 차지한다.
유엔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2013년 9월 스웨덴 스톡홀름 국제기후회의 5차 평가 보고서에서 현재 수준으로 온실가스가 배출될 경우 지구 해수면 상승으로 21세기 말에는 몰디브가 수몰돼 지구상에서 완전히 사라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말레는 작은 섬이지만 한 국가의 수도로서 온전한 기능을 갖추고 있고, 환경에 순응하며 부지런히 살아가는 주민들의 삶을 볼 수 있는 곳이다. 몰디브를 방문한다면 시간을 내서 말레 수산시장도 둘러보자.

※ 연합뉴스가 발행하는 월간 '연합이매진' 2019년 10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job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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