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성진 김연숙 성서호 정수연 기자 = 일본이 2일 한국을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한 것을 두고 전문가들은 한국 경제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했다. 일본의 조치가 일종의 '비관세장벽'으로 확전할 가능성도 내다봤다.
이상재 유진투자증권[001200] 연구위원은 "반도체로 좁혀 보면 한국 기업들이 반도체 소재를 일부 확보해놓은 만큼 당장 가시적인 타격은 없을 것"이라면서도 "소재가 바닥나는 9∼10월에도 규제가 계속된다면 업계에 차질이 발생하고, 한국의 국내총생산(GDP)도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유진투자증권은 수출규제로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연간 0.6%포인트 이상 줄어들 수 있다고 봤고, 하나금융투자는 성장률이 최대 0.8%포인트 하락할 수 있다고 보는 등 증권가에선 성장률 둔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종호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는 "일본 규제로 한국 반도체 생산에는 손실이 불가피하게 됐다"며 "다른 곳에서 수입하려 해도 품질에 대한 불안 심리로 인해 부품 수입을 꺼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GDP 등 실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예단하기 어렵다는 견해도 있다.
강현주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의 중국에 대한 관세는 가격 규제나 일본의 조치는 절차를 복잡하게 하는 것인 만큼 구체적인 영향을 분명히 알기는 어렵다"며 "다만 한국 경제 생산성을 낮추는 방향으로는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이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했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품목에 대한 수출을 지연시킬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따라서 이번 조치를 한국에 대한 일종의 비관세장벽이나 지렛대로 삼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왔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수출입 통관 신청을 해 놓아도 기업들이 무기한 기다려야 하는 등 일종의 비관세장벽이 될 수도 있다"며 "1천100개 품목 중 어느 것의 수입이 얼마나 늦어질지는 전적으로 일본 정부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남기정 서울대 일본연구소 교수는 "백색국가에서 제외됐다고 당장 수출이 금지되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수출의 포괄적 허가가 개별적 허가로 바뀌면 이제부터는 1천여개의 품목에 대해 하나하나 증명해야 하기 때문에 결국 일본이 지렛대를 갖는 상황이 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오는 28일 백색국가 제외 조치가 시행되기 전 정부가 외교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밝혔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백색국가 제외 조치 시행을 늦추거나 조정하는 게 급선무"라며 "일본 각의 결정이 났다고 해도 발효 시점까지 시간이 있는 만큼 외교적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태호 서울대 국제대학원 명예교수는 "중장기적으로는 일본을 WTO에 제소하고 국내 산업을 육성해 일본산을 대체하는 방법을 검토해야 한다"면서도 "WTO 제소는 분쟁 해결 패널 구성에만 2년까지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이어 "단기적으로 최우선의 방법은 일본이 2차 보복 조치를 멈추게 하거나 유예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제현정 무역협회 통상지원단장도 "일본이 징용문제 해결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는 만큼, 정부 차원에선 이 문제를 외교적으로 푸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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