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히 긴급뉴스 보도…징용배상 판결·경제분야 경쟁 등 원인 꼽아
SNS이용자 "해바라기씨 까먹으며 구경"…'개싸움' 비하 냉소 반응도
"한일 무역전쟁으로 한국 경쟁력 떨어져…中 반도체 발전에 좋은 일"
(베이징=연합뉴스) 심재훈 김윤구 특파원 = 일본 정부가 2일 한국을 수출 절차 간소화 혜택을 인정하는 '백색 국가'(화이트 리스트) 명단에서 제외하는 수출무역 관리령 개정안을 의결하자 중국 매체들은 일제히 한일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며 긴급뉴스로 전했다.
그러면서 한일 간 무역 갈등이 중국 반도체 산업 발전에 호재가 될 것으로 평가하는 등 냉정하게 중국 측 득실을 따지는 모습도 적지 않았다.
소셜미디어에서도 관심이 높았으나 양국의 갈등을 "개싸움"으로 비하하면서 중국은 구경만 하자는 식의 냉소적인 반응이 많았다.
일본을 비판하고 한국을 지지하는 글과 함께 한국보다 일본에 우호적인 글도 보였다.
트위터와 비슷한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에서는 '일본이 한국을 무역 혜택이 있는 백색 국가 명단에서 제외했다'는 해시태그(#)가 한때 인기 주제 3위에 올랐으며 1억건이 넘는 조회 수를 기록했다.
한 이용자는 "어떤 상황인지는 모르지만, 옆에 해바라기 씨 그릇을 준비해놓자"고 말해 많은 공감을 얻었다. 중국인은 TV로 경기를 관전하거나 할 때 해바라기 씨를 즐겨 까먹는다.
다른 이용자는 한일 양국이 "개싸움"을 하고 있다면서 "이웃(중국)은 기뻐해야 하나?"고 썼다.
"남의 불행에 기뻐하면 안 되는 걸 알지만 그래도 한판 붙으라고 말하고 싶다"는 식의 의견도 많이 눈에 띄었다.
일부 이용자는 "일본이 좋아지기 시작했다"라거나 "일본보다 한국이 싫다"는 의견을 펴기도 했다.
또 다른 이용자는 "이번 일은 일본이 일으켰기 때문에 한국 편을 든다"고 밝혔다.
일본의 조치를 중국이 사드 배치를 놓고 대대적인 한한령(限韓令)을 내렸던 것과 비교하는 의견도 있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웨이보 이용자는 "우리는 민간에서 자발적으로 한 것이고 (일본처럼) 정부가 명령을 내려 금지한 것은 아니다"라고 사실과 다른 인식을 하고 있었다.
이날 중국 관영 신화통신 등 언론들은 일본의 각의 결정이 나오자 곧바로 속보로 타전했다. 다수 매체는 이번 일로 한일 대립 관계가 더욱 악화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중국중앙TV는 방송 중에 일본 정부가 한국을 '백색 국가'에서 배제하기로 결정했으며 한국은 일본에 이 조치의 철회를 촉구했다고 보도했다.
이 방송은 서울에 있는 기자와 생방송 연결까지 하면서 일본의 이번 조치가 한국 내에서 강한 반발을 사고 있다면서 한국 매체들을 인용해 한일 관계가 수교 이래 최악의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고 전했다.
이 방송은 이번 사태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GSOMIA)의 지속 여부도 주목받고 있다면서 일본의 이번 조치로 한국 내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이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중국신문망(中國新聞網)은 일본의 이번 조치로 한일 간 대립이 격화됐으며 미국이 나서서 이 문제를 풀기 힘들어졌다고 지적했다.
이 매체는 일본이 대한국 수출 규제를 강화한 배경에는 강제 징용 배상 판결 문제에다 양국 간 경제분야 경쟁 가속, 양국 관계 악화가 작용한 것으로 보면서 결국 이번 수출 규제로 양국의 대립이 폭발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일본의 이번 수출 규제 조치는 한국 경제의 '명맥'인 반도체를 겨냥하고 있으며, 한국 기업들은 당분간 일본을 제외한 적절한 대체 공급지를 찾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봤다.
중국신문망은 한국도 일본의 규제에 맞서 세계무역기구(WTO)에 부당함을 피력하고 민관 비상 체제를 구축하며 미국의 중재를 요청하는 등 다양한 대응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면서 심지어 지소미아 종료까지 검토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 매체는 "결국 일본이 양보를 거부함에 따라 한일 대립 국면은 앞으로 더욱 악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텅쉰(騰迅·텐센트)은 이번 한일 무역전쟁으로 희비가 갈리고 있지만 실제 효과를 따진다면 중국의 반도체 산업의 장기 발전에는 매우 좋은 일이라고 평가했다.
이 매체는 "한일 무역전쟁은 단기적으로는 중국 반도체 산업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것이지만 장기적인 발전 면에서 본다면 좋은 일"이라면서 "일본이 한국의 반도체를 봉쇄함에 따라 한국 반도체 산업의 수출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분명한 사실은 현재 중국이 세계에서 가장 완전한 공급 사슬 체계를 가지고 있다"면서 "한일 반도체는 모두 중국에 관련 공장과 체계를 가지고 있어 한일 무역전쟁이 치열해질수록 중국 반도체 업계에 이익이 된다"고 분석했다.
이 매체는 "이번 한일 간 갈등은 중국의 반도체 자립의 길에 있어 좋은 일"이라면서 "한국의 반도체 경쟁력이 약화한 틈을 타서 독자적 관련 산업을 키우면 중국 반도체는 강해지는 길을 가게 될 것"이라고 자평했다.
펑파이(澎湃)는 일본이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해 한일 양국이 무역전쟁의 위험에 빠질 위험이 더 커졌다고 지적하면서 한일 전문가 견해를 소개했다.
남기정 서울대 일본연구소 교수는 백색국가 제외 조치를 발표한 2일이 2번째 단계이며 한국 수출 승인 허가 시한 90일이 3번째 단계로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펑파이에 말했다.
그는 "3개월(90일)의 기한 내에 양측은 협상으로 해결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 도쿄대 교수는 한일관계가 단기적으로는 낙관적이지 못하다고 말했다. 그는 "많은 사람이 아베 정부와 문재인 정부에서 한일관계가 개선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보지만 나는 가볍게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중국일보(中國日報)와 관찰자망(觀察者網), 신랑(新浪·시나)도 긴급으로 일본 매체 등을 인용해 일본이 이달 말부터 한국을 백색 국가에서 제외하게 된다며 큰 관심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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