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에서 노래하던 베네수엘라 이민자에게 찾아온 기적

입력 2019-08-03 02:10  

거리에서 노래하던 베네수엘라 이민자에게 찾아온 기적
22세 베하, 보고타서 노래하다 멕시코 가수에게 녹음 제안받아
"베네수엘라인에게 희망의 상징 되고 싶어"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22살의 베네수엘라 청년 알렉산데르 베하는 생존을 위해 고국을 등진 수백만 명 베네수엘라인 중 한 명이었다.
차비도 없어서 3주를 걸어 이웃 콜롬비아로 들어온 베하는 수도 보고타의 거리나 버스에서 노래를 하며 하루하루 생계를 유지했다.
식당에서 노래하다 쫓겨나기 일쑤였던 그에게 예상치 못한 희망이 찾아왔다.
멕시코 유명 록밴드 카밀라의 멤버가 우연히 거리를 지나다 베하의 노래를 듣게 된 것이다.
2일(현지시간) AP통신과 CNN 에스파뇰 등이 소개한 베하의 사연에 따르면 기적 같은 만남이 이뤄진 것은 지난달 19일이었다.
카밀라의 멤버 마리오 돔과 파블로 우르타도가 지나다가 멈춰서 베하의 노래를 듣고 100달러의 팁을 줬다.
돔은 베하에게 다시 한번 노래를 불러 달라고 청했고, 다시 연락하고 싶다며 전화번호를 물었다.
불법 체류자 신분인 베하가 휴대전화가 없다고 하자 돔은 베하를 데리고 가게에 가서 휴대전화를 하나 사주며, 곧 연락할 테니 멕시코에 와서 노래를 녹음하자고 했다.

이 장면은 역시 우연히 이곳을 지나던 콜롬비아 RCN라디오 기자가 목격하면서 알려지게 됐다.
베하의 사연을 들은 콜롬비아 이민청은 베하가 비자 문제를 해결할 때까지 30일간 콜롬비아에 체류할 수 있도록 허락해줬다.
베하는 멕시코에 가서 돔과 녹음하기 위해 멕시코 정부의 특별 비자를 기다리는 중이다.
돔은 베하의 비자를 요청하기 위해 직접 멕시코 외교장관에게 편지를 쓰기도 했다.
돔은 편지에서 "베하는 굉장히 재능있는 사람이다. 그가 살면서 지금까지 한 번도 가져보지 못한 기회를 주고 싶다"고 했다.
믿기지 않은 기회를 얻은 베하는 자신이 많은 베네수엘라인에게 희망의 상징이 되고 싶다고 했다.
베네수엘라의 경제난이 수년째 이어지면서 지금까지 400만 명 이상의 베네수엘라인들이 살아남기 위해 고국을 떠났다.
이웃 콜롬비아에 가장 많은 140만 명이 갔는데, 여권을 발급받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보니 그중 절반 가까이가 베하처럼 불법 체류자 신분이다.
베하는 AP통신에 "내 노래엔 수많은 베네수엘라인의 슬픔이 담겨있다"며 "베네수엘라인들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고 싶다"고 말했다.
mihy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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