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언론 "무함마드 왕세자의 개혁 정책 찬양"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사우디아라비아 정부가 2일 여성이 해외로 출국할 때 남성보호자(아버지, 남편, 남자형제 등)의 허락을 받아야 하는 마흐람 제도의 일부를 폐지하면서 사우디 여성들이 해외를 여행하는 기대에 들떴다고 현지 언론들이 전했다.
사우디 국영방송 등 현지 언론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사우디 여성들이 이번 조처에 놀라움과 기쁨을 표현했다고 3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사우디 여성들은 SNS를 통해 여권을 신청해 발급받는 방법과 항공권과 호텔 예약과 같은 여행 관련 정보를 공유했다.
또 여행하기에 좋은 외국 명소를 공유하고 그곳의 경치, 음식 사진을 올리면서 곧 허용될 해외여행의 자유를 미리 만끽했다.
여성으로 첫 대사가 된 주미 사우디 대사 리마 빈트 반다르 공주는 자신의 트위터에 "이번 개혁 조처로 사우디 여성의 지위가 높아지게 됐다. 사우디 왕실이 성평등을 실현하려는 의지가 확실하다"라는 글을 올렸다.
사우디 언론은 이번 조처의 주역이라고 할 수 있는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의 결단력과 추진력에 보도의 초점을 맞췄다.
영자일간 아랍뉴스는 무니라 압둘라라는 여성이 트위터에 게시한 사진 한 장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고 4일 보도했다.
이 사진에는 무함마드 왕세자의 대형 사진을 두 팔을 벌려 안으려는 이 여성의 뒷모습이 담겼다.
이 여성은 아랍뉴스에 "생전 처음으로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고 나서 매우 기뻤다"라며 "나오는 길에 이 사진을 봤고 무함마드 왕세자에 대한 깊은 감사와 존경을 표현하려다 보니 즉흥적으로 이 사진을 찍었다"라고 말했다.
무함마드 왕세자는 지난해 단행된 여성의 축구장 입장, 운전 허용과 같은 개혁 정책을 주도하는 사우디의 실세 왕자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왕실을 비판한 사우디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의 살해 사건의 배후라는 의혹을 받으면서 공들여 쌓은 '계몽 군주'의 이미지가 훼손됐다.
살만 사우디 국왕은 1일 21세 이상 여성이 남성 보호자의 동의 없이 여권을 신청하고 출국할 수 있다는 칙령을 내렸다. 아울러 여성이 독자적으로 결혼과 이혼, 자녀의 출생·사망을 관청에 신고할 수 있고 미성년 자녀의 법적 보호자로 등록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여성이 가족 관련 서류를 발급받아 이를 근거로 주민등록증을 받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자녀의 학교도 등록할 수 있게 됐다.
2일 관보에 실리면서 공식 발표된 이 새로운 제도가 시행되는 시점은 아직 결정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혼인하려면 여전히 남성보호자가 동의해야 하고 자녀의 국적은 아버지를 따라야 한다. 자녀가 결혼할 때도 여성은 동의권이 없다.
hsk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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