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로 10시간 떨어진 도시 출신…'원정 총격 범행' 저지른 듯
총기난사후 경찰 출동하자 저항없이 투항…전문가들 "확신범의 패턴"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옥철 특파원 = 지난 3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국경도시 엘패소 동부 쇼핑단지내 월마트에서 총기를 난사해 20명의 목숨을 앗아가고 26명을 다치게 한 총격 용의자 패트릭 크루시어스(21)는 키 183㎝(6피트), 체중 100㎏(220파운드)의 건장한 체격인 것으로 4일 알려졌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법원 기록을 살펴보면 '브라운'이라는 가명을 쓰는 것으로 알려진 크루시어스는 텍사스주 올패트리켄 출신으로 지난주에 21세가 된 것으로 나와있다. 올패트리켄은 엘패소에서 자동차로 10시간 운전해야 닿을 수 있는 곳으로, 크루시어스가 상당히 먼 거리를 이동해 원정 총격 범행을 자행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인터넷에 돌고 있는 총격 현장 CCTV 영상에 따르면 크루시어스는 주머니가 여럿 달린 헐렁한 군복 스타일의 바지를 입고 상의는 검은색 브이넥 티셔츠를 입었다. 그는 총격 소음을 막는 귀마개를 한 채로 조준 사격을 하듯이 총을 쏘아댔다.
그가 사용한 총기는 개머리판이 있는 엽총(라이플) 스타일로, 아래에 긴 탄창이 달려 있어 한 번 장전 후 여러 발 사격이 가능했던 것으로 보인다.
크루시어스는 한참 동안 월마트 안에서 총기를 난사하다 경찰이 출동하자 별다른 저항 없이 스스로 무장을 해제하고 투항하듯이 체포됐다.
범죄 전문가들은 이런 유형의 투항은 확신에 가득 찬 범행을 저지른 용의자들에게서 흔히 나타나는 경향이라며 크루시어스에게는 애초 도주할 의사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크루시어스는 현재 엘패소 시내 구치소에 구금됐으며, 그에게는 최고 사형 구형이 가능한 가중 일급살인 혐의가 적용돼 있다. 엘패소 지방검찰청 검사는 재판이 진행되면 크루시어스에게 사형을 구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미 연방 법무부도 크루시어스를 가중 처벌이 가능한 연방 증오범죄(federal hate crime)로 기소하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법무부 내부 소식통이 전했다.
연방 증오범죄로 기소되면 최고 형량이 종신형에서 사형으로 높아질 가능성이 커진다.
그레그 애벗 텍사스 주지사도 기자들에게 "연방 검찰과 연방수사국(FBI)이 최대한 공격적으로 용의자를 기소할 의향인 걸로 알고 있다"면서 "일급 살인과 증오범죄 등 적용 가능한 법 조항이 모두 동원될 것"이라고 말했다.
크루시어스가 수감된 교정시설 교도관 리처드 와일스도 페이스북에 "그 백인은 히스패닉을 죽이러 여기(엘패소)에 온 것 같다. 그 범죄를 인종주의적 공격이라고 불러야 할 것 같다"라는 글을 남겼다.
당국은 사건 발생 전 커뮤니티사이트 '에잇챈'(8chan)에 게시된 인종 차별주의적 내용의 성명서를 올린 사람이 현장에서 체포된 크루시어스와 동일 인물인지 확인 중이다.
앞서 크루시어스가 게시한 것으로 보도된 성명서에는 이번 공격이 '히스패닉의 텍사스 침공'에 대한 대응이라는 주장이 담겼다.
성명서는 또 유럽인들의 후손이 다른 인종에 압도당하고 있다는 내용의 백인 우월주의 음모론인 '대전환'(The Great Replacement)도 언급했다. 이 음모론은 지난 3월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의 이슬람사원 총격 테러로 50명 이상을 사망케 한 호주 국적의 백인우월주의자 브렌턴 태런트가 범행 전 에잇챈에 올린 성명에서도 언급했던 것이다.
크루시어스가 미국 학교의 졸업 앨범용(이어북) 포즈를 취한 채 말끔하게 턱시도를 빼입고 찍은 사진도 페이스북에 올라와 있다.
크루시어스는 2017년 플라노 시니어 하이스쿨을 졸업하고 이듬해 봄까지 지역 대학인 콜린 칼리지에 등록한 것으로 돼 있다고 NBC 뉴스는 전했다.
콜린 칼리지 측은 "(출신 학생의) 총격 범행 소식을 듣고 매우 놀랐다"면서 "우리 학교 측은 주 정부 및 연방 정부에 향후 조사와 관련해 전적으로 협력할 의사가 있다. 모든 텍사스 주민과 함께 엄청난 비극을 당한 유가족에게 위로를 보낸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충격에 빠진 미국…일주일 새 4번의 총기사고 / 연합뉴스 (Yonhapnews)
oakchul@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