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도 위안화도 엔화도 요동…출렁이는 외환시장

입력 2019-08-05 16:31   수정 2019-08-05 17:32

원화도 위안화도 엔화도 요동…출렁이는 외환시장
원/달러 3년5개월만에 최고…위안화도 11년만에 달러당 7위안 돌파
미·중 갈등 격화, 한·일 대치…미·중 환율전쟁으로 번질지 주목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정수연 기자 = 5일 외환 시장이 요동을 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3년 5개월 만에 최고치로 마감하고, 위안화 환율이 11년 만에 달러당 7위안을 넘었다. 원/엔 재정환율 역시 100엔당 30원 가까이 뛰었다.
한국뿐만 아니라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 시장 외환시장이 급격한 변동성을 이어가는 모습이다.
'블랙먼데이' 코스닥 7%대 급락…낙폭 12년만에 최대치 / 연합뉴스 (Yonhapnews)

◇ 한일·미중 경제전쟁 겹쳐…원/달러, 위안/달러, 원/엔 모두 급등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오전 1,203.6원에 거래를 시작해 장중 1,218원까지 치솟았다.
그리고 2016년 3월 9일(1,216.2원) 이후 3년 5개월 만에 최고치인 1,215.3원에 거래를 마쳤다.
환율 급등에는 이날 위안화 환율이 11년 만에 시장의 심리적 저지선인 달러당 7위안선을 돌파한 영향이 컸다. 위안화 환율이 달러당 7위안을 넘는 '포치'(破七)를 기록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있었던 2008년 5월이 마지막이었다.
엔화 역시 급격한 변동성을 보였다.
원/엔 재정환율은 오후 3시 30분 기준 100엔당 1,147.92원을 나타냈다. 전 거래일 같은 시각 기준가보다 28.97원이나 올랐다.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엔화는 달러 대비로도 가치가 올랐다. 달러 대비 엔화 환율은 한때 105엔대를 기록하며 지난 1월 이후 최저(엔화 가치 최고)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날 원화 가치 하락은 일본 수출 규제로 원화 약세 압력이 강해진 가운데 위안화까지 대폭 절하되면서 그 폭이 커진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변동장의 배경에는 미국과 중국 간, 한국과 일본 간 경제전쟁이 자리 잡고 있다.
일본이 한국을 전략물자 수출 관련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에서 배제한 데다, 미중 무역전쟁도 확전하는 등 악재가 겹쳤다.
시장은 한일 문제보다는 특히 미중 간의 '강 대 강' 대치를 더 우려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일(현지시간) 내달부터 3천억달러 규모의 중국 제품에 1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고, 중국은 맞보복을 언급하며 반발했다.
이날 위안화 가치가 급락하자 인민은행은 성명을 내고 그 책임을 미국 탓으로 돌리며 미국에 대한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던 양국 무역갈등이 오히려 확산하는 모양새다.

◇ '미중 환율전쟁' 치닫나…"미중 갈등 향방이 중요 변수"
환율 상승은 국내 경제에 다각도로 영향을 끼친다.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높은 상황에서 외국인 자금의 이탈을 부추길 수 있다.
당장은 기업의 가격경쟁력의 높여 수출에 도움이 될 수는 있겠지만 예측하기 힘든 변동성은 기업 입장에서도 부담스러운 요인이다. 수입 업체들로선 가격 부담이 더 커진다.
일단 이날 원/달러 환율의 급등세는 당국의 구두 개입성 발언으로 다소 진정됐지만, 대내외 불확실성이 이어지며 안전자산 선호 심리도 여전해 당분간은 상승장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서정훈 KEB하나은행 수석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이 1,200원이 넘는 상태가 며칠이라도 지속하면 1,200원선이 고착화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장재철 KB증권 연구원은 한일, 미일 갈등이 최악으로 심화할 경우 원/달러 환율이 1,250원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현 상황을 '환율전쟁'으로 진단하고, 미중 갈등의 향방을 주시하고 있다.
김선태 KB국민은행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은 경제지표가 좋은데 기준금리를 내리고 달러약세를 유도하고 있고, 중국 인민은행도 위안화를 절하하면서 미중이 환율전쟁으로 흘러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당장 오늘 밤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에서 뭐라고 할지가 위안화 환율 향방의 가장 큰 변수"라며 "강한 메시지가 나오면 위안화도 원화도 약세로 이어지고 아니면 그 반대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nomad@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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