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 "'악재 쓰나미'에 증시 공포감 증폭…일단은 관망해야"

입력 2019-08-05 16:58  

증권가 "'악재 쓰나미'에 증시 공포감 증폭…일단은 관망해야"
리서치센터장들 "일본 수출규제로 기업 수출·실적 부진 우려 커져"
"코스피 바닥 가늠 안 돼" vs "과잉 반응 진정되면 1900선 지지될 것"



(서울=연합뉴스) 증권팀 = 5일 코스피 지수가 2.56%, 코스닥 지수가 7.46% 각각 급락했다.
종가 기준으로 코스피가 2016년 6월 28일 이후 3년 1개월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코스닥은 2015년 1월 8일(566.43) 이후 약 4년 7개월만의 최저치로 추락하면서 이날은 한국증시 역사에 '검은 월요일'로 기록됐다.
투자자들은 '패닉'에 빠졌다.
증권가에서는 지난 상반기 박스권에서 지지부진하던 증시 지수가 하반기에는 조금이나마 반등할 것으로 기대했으나, 오히려 미중 무역갈등 악화와 일본의 경제보복이라는 '암초'를 만나 고꾸라지자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연합뉴스가 이날 통화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 중 상당수는 증시의 최대 악재로 예기치 않은 일본의 경제도발을 꼽았다.
특히 정치적 사안의 특성상 사태 추이를 예측하기 어려운 만큼 국내 경제와 증시에 미칠 악영향이 어느 정도일지에 대해서도 가늠하기 어려워했다. 따라서 투자심리 회복 시점과 코스피 지지선도 예측하기 어렵다는 답변이 많았다.
◇ "설상가상…미중 이어 일본까지 교역조건 악화·실적에 악영향"
구용욱 미래에셋대우[006800] 리서치센터장은 "여러 악재가 겹쳐있지만, 특히 일본 문제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상황이어서 제일 크다"며 "일본이 수출을 승인하는 절차를 까다롭게 하면서 이것이 우리에게 어느 정도 영향을 줄지 가늠하기 어려워 불확실성이 더 커졌다"고 진단했다.
양기인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도 "미중 무역갈등이 2년 동안 이어지면서 상반기 코스피가 2,100∼2,200 박스권에서 움직였는데, 일본까지 저렇게 나오면서 2,100선 하단으로, 급기야 1,950선 언저리까지 왔다"며 "기존의 악재에 일본 문제까지 더해지면서 기업이익과 거시경제 성장률에 영향을 줄 거라고 (투자자들이) 봤기 때문에 2,100에서 150포인트가 더 내려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 센터장은 "한국의 교역 비중에서 중국과 일본이 31%가량 차지하는데, 기업들이 이 부분을 접고 경제활동을 해서 성장을 하고 이익을 낼 수는 없다"며 "기업 실적이 3분기가 바닥일지, 4분기가 바닥일지 감이 안 잡히는 상황으로, 그런 우려가 시장에서 증폭된 것"이라고 관측했다.

김형렬 교보증권[030610] 리서치센터장도 "지금 투자자들을 공포에 빠지게 만든 것은 미중 무역협상 문제와 일본의 수출 제재이고 두 가지 변수의 공통분모는 수출"이라며 "산업 구조상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상황에서 교역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경제가 받는 영향이 클 것"이라고 밝혔다.
김 센터장은 "그동안 우리가 반도체 등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노력해왔는데 우리가 가장 잘한다고 생각한 핵심역량에 대해 규제가 들어오다 보니 공포감이 더 심하다"며 "투자자들이 기업의 내재가치보다는 대외적인 악재들에 대해서 극심한 공포를 느끼고 있다"고 분석했다.
정연우 대신증권[003540] 리서치센터장은 "미국이 기준금리를 인하한 후 1주일 사이 글로벌 증시가 평균 3% 정도, 신흥시장은 4% 이상 급락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통화정책에 대한 기대가 저점을 통과한 상태에서 글로벌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고 그 와중에 한국은 일본과의 문제가 심리적 악재로 직접 작용하면서 증시가 더욱 하락했다"고 진단했다.
정 센터장은 "기업 실적도 워낙 안 좋을 거라 예상은 했으나 그보다 더 안 좋다 보니 원래 시장에서는 2분기에 바닥을 통과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지금 분위기는 실적 바닥이 뒤로 늦춰질 것이라는 우려감이 커지는 상황이어서 '엎친 데 덮친 격'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장화탁 DB금융투자[016610] 리서치센터장은 "한마디로 모든 불확실성이 악재"라며 "미중 무역전쟁, 한일 경제전쟁 등 불확실성 이슈가 하나가 아니라 대내·대외적으로 모두 얽혀 있어 각각이 시장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지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가장 큰 악재는 미중 무역분쟁 재점화이며, 일본의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 배제가 가세하면서 심리적인 측면에서 공포감이 '절정'에 이르렀다"고 지적했다.
◇ 코스피·코스닥 바닥은?…"가늠 어려워" vs "과잉 대응 지나면 다소 회복될 것"
앞으로 증시 전망을 놓고는 리서치센터장들의 의견이 엇갈렸다.
여러 악재가 기업 실적에 미칠 영향을 가늠하기 어려운 만큼 코스피 지지선을 예단하기 어렵다는 쪽과 기업 내재가치로 보면 현재 투자자들의 공포심이 과도한 수준이므로 2,000선은 다시 회복할 것이라는 쪽으로 나뉘었다.
양기인 센터장은 "미중 분쟁과 마찬가지로 한일 문제도 정치적 이슈이기 때문에 예측이 불가능하다"며 "코스피 밸류에이션(가치평가)을 주가수익비율(PER) 기준으로 한다면 정치적인 이슈로 기업 이익이 계속 악화할 수 있기 때문에 코스피 1,950이 바닥권이라고 확신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연우 센터장도 "지지선을 논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단기적으로는 급락에 따른 기술적 반등이나 주가를 지키려는 노력이 나오겠지만 추세적인 반전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전망했다.
정용택 센터장은 "코스피는 현재 바닥권이긴 하지만 당분간은 불확실성으로 인해 추세 반전은 어려울 것"이라며 "코스닥은 추가로 하락할 수 있고 훨씬 더 낙폭이 커질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김형렬 센터장은 "투자자들을 공포에 빠지게 한 미중 무역협상 문제와 일본 수출 제재 등 악재의 소멸 시점을 찾아내야 코스피 지지선이 만들어질 수 있는데, 현재로서는 투자자들이 그걸 찾기가 어렵다"며 "지지선을 이미 넘어간 패닉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센터장은 "이러한 환경에서는 당국의 시장 개입 의지가 필요하다"며 "정부 당국이 조금 더 적극적인 의사 표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오현석 삼성증권[016360] 리서치센터장은 "코스피의 월봉 기준 현재 가격은 120개월 이동평균선을 하회하는데, 이는 지난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최초"라며 "이 외에도 다양한 기술적 지표 등에서 코스피와 코스닥의 과매도 신호가 나오고 있다"고 진단했다.
오 센터장은 "경제여건의 엄중함을 간과할 수는 없겠으나, 현 국내증시를 둘러싼 가격지표는 분명한 과잉 반응"이라며 "금융위기 당시와 같은 거품이나 과도한 레버리지가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현 가격대에 머무르는 시간은 길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화탁 센터장은 "코스피 지지선을 1,900 전후로 본다"며 "현재 기준으로 3%가량 하락 리스크가 있다고 보지만 밸류에이션 관점에서 보면 그 정도에서 의미 있는 지지대가 형성되리라 본다"고 말했다.
김유겸 케이프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도 "코스피 지지선은 1,930 정도 될 것 같다"며 "주가 레벨이 워낙 낮고 악재가 나올 만한 것은 다 나온 상황이어서 주가는 조금 더 바닥을 다진 이후 반등하지 않을까 한다"고 내다봤다.
◇ "투자 전략은 당분간 관망, 자산 보존에 중점 둬야"
리서치센터장들은 투자자들에 대해 일단 시장을 더 지켜보고 위험자산을 늘리기보다는 보유 자산을 지키는 데에 중점을 두는 쪽이 낫다고 조언했다.
김형렬 센터장은 "시장에 충격을 준 요인들의 향후 시나리오를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수익을 내는 목적보다는 지금 자산을 보존하는 데 주안점을 둬야 한다"고 말했다.
장화탁 센터장은 "기존에 투자 포지션이 있는 사람은 아마 이미 손실을 많이 봤을 텐데, 기존 포지션을 크게 바꾸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여전히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특별한 행동을 취하기보다 시장을 지켜보면서 기다렸다가 시장 흐름이 가늠되는 시점이 오면 행동에 나서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양기인 센터장도 "손절매는 이미 늦었기 때문에 지금은 관망하면서 변화를 기다리는 것이 낫다"고 관측했다.
구용욱 센터장은 "자산 배분 관점에서는 국내 리스크가 커진 상황이기 때문에 글로벌한 시각에서 분산투자를 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min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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