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환율전쟁 '포문'…무역협상 접고 경제 전면전 강행하나

입력 2019-08-06 09:20  

미·중 환율전쟁 '포문'…무역협상 접고 경제 전면전 강행하나
中 위안화 절하 '선전포고'에 美는 환율조작국 전격 지정 '강펀치'
글로벌 경제 패닉…'올해 최대낙폭' 美증시, 또 급락 예고




(뉴욕=연합뉴스) 이준서 특파원 = 미국과 중국이 '환율 전쟁'의 포문을 열었다.
미국은 5일(현지시간)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전격 지정했다. 중국시간으로 같은 날 위안화의 환율이 7위안을 넘어선 '포치'(破七)를 기록한 이후 나온 조치다.
미·중이 지금까지는 주로 '관세 힘겨루기'를 이어왔다면 이제는 통화가치라는 또 다른 영역으로 전선을 넓힌 것이다.
이로써 지난 6월말 일본 오사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이뤄진 '트럼프-시진핑 휴전'은 한달여만에 사실상 폐기됐다.
양국의 무역갈등이 확전 일로를 걸으면서 오히려 전면전 구도로 접어들면서 글로벌 경제에도 상당한 충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미·중, 하루만에 '환율 맞불'…中 '美농산물 타깃'도 촉매?
중국이 '위안화 평가절하'를 사실상 용인하면서 선전포고를 했다면 하루만에 미국은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전격 지정하면서 강펀치를 날린 형국이다.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부 장관은 5일(현지시간) 오후 성명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권한으로 중국이 환율 조작국이라는 것을 오늘 결정했다"고 밝혔다.
환율조작국에 지정되면 미국은 해당 국가에 대해 환율 저평가 및 지나친 무역흑자 시정을 요구하게 된다.
1년이 지나도 개선되지 않을 경우 해당국에 대한 미국 기업의 투자 제한, 해당국 기업의 미 연방정부 조달계약 체결 제한, 국제통화기금(IMF)에 추가적인 감시 요청 등 구체적인 제재에 나설 수 있다.
미국으로서는 대중(對中) 무역불균형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기존의 관세 장벽뿐만 아니라 환율 압박까지 동원할 수 있다는 의미다.
미국의 이번 조치는 위안화 환율이 달러당 7위안을 넘는 '포치'(破七)에 대한 대응카드로 읽힌다. '포치'(破七)를 기록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8년 5월이 마지막이었다.
중국 위안화의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는 '1달러=7위안'의 벽이 무너지자, 중국 당국이 사실상 환율조작을 했다는게 트럼프 행정부의 인식인 셈이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중국이 자국 통화 가치를 역사상 거의 최저 수준으로 떨어뜨렸다. 그것은 환율 조작이라고 불린다"며 중국을 정면 비판했다.
중국 당국이 미국산 농산물의 구매를 중단하기로 결정한 점도 이번 환율조작국 지정에 촉매로 작용했을 수 있다.
중국 상무부와 국가개발개혁위원회는 온라인 성명을 통해 "중국 기업들이 미국산 농산물 구매를 중단했다"고 밝혔다. 지난 3일 이후 구매한 미국 농산물에 대한 관세 부과도 배제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농산물 수출은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인 중서부 '팜 벨트'(Farm Belt·농장지대)의 이익과 직결된 사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과의 오사카 담판 직후 "우리는 관세 부과를 중단하고 그들은 우리의 농가 제품들을 구매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중국 당국이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행보를 가로막을 수 있는 아킬레스건을 정조준하자, 트럼프 행정부가 즉각적인 보복 조치를 강행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가능한 대목이다.



◇환율, 미중 경제 전면전 신호탄?…글로벌 공포감 증폭
중국 당국의 환율조작 여부를 제쳐두더라도, 최소한 적극적으로 환율 방어에 나서지 않으면서 위안화 평가절하를 사실상 용인했다는 점에는 시장에서도 별다른 이견이 없는 분위기다.
위안화 가치가 떨어지면 무역 측면에서는 중국산 수출품의 가격경쟁력이 높아지면서 미국의 '관세 장벽'을 일정 부분 상쇄하는 효과를 내게 된다.
CNBC 방송은 "중국이 미국과의 무역전쟁에서 환율을 무기화하고 있다는 것이 많은 전문가에게는 확실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위안화 환율의 추가적인 평가절하도 예상된다.
헤지펀드 매니저 카일 배스는 CNBC 방송에 "중국 당국이 통화가치를 방어하지 않는다면, 위안화 가치는 30~40% 추가로 하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미·중 무역갈등이 확산하면서 전방위적인 '경제 전면전'으로 흐르는 구도를 고려한다면 환율발(發) 가격경쟁력 효과를 거론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해질 수 있다.
'환율 전쟁'의 차원을 넘어서 미중 충돌이 악화하는 흐름이 더욱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무역협상이 중단된다면,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장벽은 한층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주 트럼프 대통령은 9월부터 3천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10%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예고한 상태다.
미국은 이미 2천5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25%의 관세를 물리고 있다. 따라서 중국산 수입품 전량에 10% 또는 25%의 '관세 장벽'을 쌓게 되는 셈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3천억 달러에 대한 관세를 10%에서 25%로 상향 조정한다면 그 충격파는 더욱 커지게 된다.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의 체탄 아히야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날 투자자들에게 보낸 노트에서 "미국이 모든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25%로 올려 미중 무역전쟁이 더 격화되면 (향후) 3개 분기 내에 글로벌 경제가 침체에 빠져드는 것을 보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더욱 위험한 국면으로 진입했다"고 우려했다.
세계 1·2위 경제 대국의 환율 전쟁은 글로벌 경제 전반에도 극심한 '패닉'을 초래할 수 있다.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가 767.27포인트(2.90%) 하락하는 등 올해 들어 최대 낙폭을 기록한 이날 뉴욕증시는 장마감 직후에 전격적으로 발표된 '환율조작국 지정 발표'에 한층 공포감을 키우는 분위기다.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 선물은 오는 6일 거래에서 500포인트 안팎 하락을 반영하고 있다.



ju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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