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디언 "동성애 포용 입장 느는 추세…불매운동 호응할지는 의문"
(서울=연합뉴스) 임성호 기자 = 코카콜라가 헝가리에서 동성애에 우호적인 이미지를 담은 광고를 띄웠다가 보수 여당 일부를 중심으로 불매 움직임이 일고 있다고 일간 가디언이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논란이 된 광고는 수도 부다페스트에서 7일부터 일주일간 열리는 시게트 음악 축제를 앞두고 코카콜라가 최근 거리 버스정류장 등의 광고판에 설치한 것이다.
'사랑의 혁명'이라는 테마에 맞춰 남성 동성애자 커플 등이 함께 웃는 사진을 싣고 '설탕 제로(0), 편견 제로'라는 슬로건도 내걸었다.
동성 결혼을 인정하지 않는 극우 성향의 여당 피데스 일부 지지층은 이런 광고를 불편하게 느꼈다고 가디언은 설명했다.
피데스의 이슈드반 볼도그 부대변인은 3일 코카콜라가 "자극적인" 광고를 하고 있다며 코카콜라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을 촉구했다.
일부 우파 언론도 그의 주장에 동조했다. 현지 인터넷 언론 페슈티 슈라초크는 "동성애자들이 로비를 벌이며 부다페스트를 포위했다. 이를 피할 수가 없다"고 코카콜라 광고를 비난했다.
이에 코카콜라는 자사가 추구하는 핵심 가치가 시게트 음악 축제에 반영돼 있다고 밝히며 "우리는 이성애자든, 동성애자든 모두 원하는 방식으로 원하는 사람을 사랑할 권리가 있다고 믿는다"고 반박했다.
헝가리에서 동성애에 포용적인 입장을 보이는 이들이 점점 늘어나는 상황에서 부대변인의 불매 제안이 호응을 얻을지는 미지수라고 가디언은 전망했다.
피데스 당 차원에서도 헝가리인들은 코카콜라를 마실지 말지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며 부대변인의 주장에 동조하지는 않았다.
동성애자 권리 옹호단체인 하테르가 지난해 실시한 조사에 의하면 헝가리인 3분의 2 가까이는 동성애자들이 원하는 대로 살 수 있어야 한다고 응답했다. 2002년에는 같은 답변이 절반도 나오지 않았었다.
하테르를 지지하는 터마시 돔보시는 여당의 보이콧 움직임에 대해 "그들(정부)이 사람들에게 일종의 '테스트'를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벌이는 선전은 모두 갈등에 기반한 것이고, 정부는 적이 필요하다"며 "유럽연합(EU), 이민자, 심지어 노숙인까지 적으로 돌리더니, 이제 성 소수자(LGBTQ)에게 화살을 돌리는 듯하다"고 비판했다.
유럽 기독교 민족주의의 수호자를 자처하는 피데스가 집권한 헝가리에서는 동성애에 대한 혐오성 발언이 유력 정치인들 사이에서 종종 나온다.
올해 헝가리 의회 의장은 동성애자 커플이 아이를 입양하는 것을 "도덕적인 의미에서 아동 성애자와 같다"고 했다.
피데스를 이끄는 빅토르 오르반 총리는 동성애자 문제를 직접적으로 다룬 적은 거의 없지만, 2016년 한 인터뷰에서 동성애자들은 "그들이 원하는 대로 할 수 있지만, 국가가 결혼을 승인할 수는 없다"며 "사과가 자기를 배라고 불러 달라고 하면 되겠나"라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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