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조지타운대 연구진 보고서
(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차세대 암 치료법으로 주목받는 면역치료법이 기대한 것만큼 효과를 내지 못하는 건 암세포의 면역 회피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주로 '면역관문 억제(checkpoint inhibitors)' 항암제가 널리 쓰이고 있지만, 거의 반응하지 않는 환자가 85%에 달한다고 한다. 이 유형의 면역항암제로 일부라도 효과를 보는 환자는 100명 중 15명꼴에 불과하다는 뜻이다.
면역관문 억제 항암제의 작용 효과가 환자에 따라 이렇게 큰 편차를 보이는 이유를 미국 조지타운대 과학자들이 알아냈다. 면역항암제를 투여하기 전에 면역계의 T세포가 어떤 상태에 있었는지가 중요한 변수였다.
백혈구의 일종으로 골수에서 생겨 가슴샘에서 성숙하는 T세포는 인체의 적응면역 반응에 핵심적 기능을 한다.
이 대학 통합 암센터의 면역·종양 실험실 책임자인 사미르 클레이프 생의학·종양학 교수팀은 저널 '네이처 면역학(Nature Immunology)'에 관련 보고서를 발표했다.
5일(현지시간) 온라인(www.eurekalert.org)에 공개된 연구 개요에 따르면 면역관문 억제 항암제는, 활성화된 T세포 표면의 PD-1 단백질 수용체와 결합해 암세포의 T세포 회피 능력을 억제한다. 그래서 이런 유형의 면역항암제를 PD-1(Programmed cell death protein 1) 억제제라고도 한다.
암세포는 PD-L1, PD-L2 두 종류의 표면 단백질을 이용해 T세포의 공격을 피한다. 이들 두 단백질이 T세포 표면의 PD-1과 결합하면 해당 T세포는 암세포를 공격하지 못한다.
클레이프 교수는 "T세포가 적절한 수위로 활성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PD-1 억제제를 쓰면 T세포가 기능 이상을 일으킨다"라면서 "그러면 T세포가 추가적인 면역치료에 저항해 정상 기능으로 되돌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원래 면역관문 억제 항암제는, 흑색종처럼 면역체계가 개입한 암 종양에서 반응도가 높고, 면역체계가 침묵하는 종양에선 별다른 효과를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 발견으로 많은 부분의 의문이 풀리게 됐다고 연구팀은 말한다.
연구팀은 또한 백신을 주입해 T세포를 먼저 활성화하거나 T세포의 기능 이상을 제거하면 이 면역항암제의 효과가 좋아진다는 걸 확인했다. 결국 면역관문 억제 항암제의 효능은 T세포의 활성도에 따라 결정된다는 게 확인된 셈이다.
연구팀은 T세포의 활성도를 높이고 면역관문 억제 항암제의 작용을 북돋우기 위해, 환자의 종양을 기반으로 암 백신을 만드는 방법을 찾고 있다.
클레이프 교수는 "종전에는 면역항암제를 투여하고 나서 이런 백신을 사용했다"면서 "이번 연구 결과는, 백신을 먼저 쓰거나 적어도 항암제와 결합해 써야 한다는 걸 시사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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