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원치 않아…美 중단거리 미사일 배치하면 러도 적절히 대응"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미국과 러시아 간 '중거리핵전력(INF) 조약'이 폐기된 가운데 미국이 중국을 포함하는 새로운 핵통제 조약을 체결하길 원하고 있지만 현재로선 다자 조약 체결은 불가능하다고 러시아 안보 분야 고위 책임자가 6일(현지시간) 밝혔다.
인테르팍스 통신에 따르면 니콜라이 파트루셰프 러시아안보회의 서기(국가안보실장 격)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앞서 2일 공식 폐기된 INF 조약과 관련한 상황을 설명하며 이같이 전망했다.
파트루셰프 서기는 "미국은 중·단거리 미사일에 관한 조약이 다자적 성격을 띠면 좋을 것 같다면서 당사자 가운데 한 나라로 중국을 언급했다. 하지만 중국은 이 과정에 참여하길 원치 않는다"면서 "따라서 그러한 다자 조약 체결을 기대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자 조약을 체결한다면 중국뿐 아니라 영국이나 프랑스도 고려돼야 한다면서 러시아가 앞서 이 문제를 제기했지만, 미국은 중국을 조약에 참여시킬 준비는 돼 있지만 영국이나 프랑스를 참여시킬 준비는 돼 있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파트루셰프는 미국이 군비통제 조약 탈퇴를 통해 세계 여러 지역에서 군사적 우위를 확보하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 조약들(군비통제 조약들)이 작동하지 않으면 그들은(미국은) 세계 어느 곳이나 자신들이 적이라고 생각하는 자들에 맞서, 원하는 양만큼 무기를 배치할 것이며 이를 통해 (군사적) 우위를 차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그러나 "이는 혼란으로 이어질 것이다. 왜냐하면 다른 나라들도 이에(미국의 조치에) 대응할 것이며 그러한 군비 경쟁은 지속적이고도 항시적으로 대규모로 전개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파트루셰프는 이어 INF 조약 폐기 이후 러시아는 중·단거리 미사일을 먼저 배치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지만 미국은 그런 선언을 하려 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중·단거리 미사일을 배치하기 시작하고 그것이 러시아의 국가안보를 위협하면 러시아도 적절히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파트루셰프는 8월 6일은 미국이 일본 히로시마에 원폭을 투하한 날이라고 상기시키며 "그 일이 일어난 것도 다른 나라가 미국에 대응할 수 없음을 미국이 알고 있었기 때문"이라면서 "오늘날 또다시 그들이 우위를 차지하면서 다른 누구도 그들에게 대응할 수 없다는 생각을 갖도록 허용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미국과 러시아(옛 소련)가 지난 1987년 체결했던 INF 조약은 미국이 지난 2일 이 조약에서 공식 탈퇴하면서 폐기됐다.
INF 조약은 미·소 냉전이 한창이던 1987년 12월 당시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과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 사이에 체결돼 이듬해 6월 발효했다.
양국은 조약 발효 후 3년 내로 사정거리 500~5500km의 지상 발사 중·단거리 핵미사일을 폐기하기로 하고, 1991년 6월까지 중·단거리 미사일 2천692기를 없앴다.
양국은 해당 범주의 미사일을 추가로 개발·생산·배치하지 않는다는데도 합의했다.
하지만 이후 러시아가 INF에 저촉되는 미사일을 개발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미국이 2000년대 들어 유럽 미사일방어(MD) 체계를 구축하면서 양국 간에 조약 위반 논쟁이 벌어졌고 오랜 기간의 상호 비방전 끝에 결국 폐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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