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 명물 '스페인 계단' 앉기만 해도 벌금…최대 50만원(종합)

입력 2019-08-07 16:34  

로마 명물 '스페인 계단' 앉기만 해도 벌금…최대 50만원(종합)
로마 당국 최근 새 규칙 의결…문화 유산 훼손 심각 판단
"파시스트식 과도한 통제" vs "유산 보호 위해 당연한 조치"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이탈리아 로마를 방문하는 전 세계 관광객들이 콜로세움, 트레비 분수 등과 더불어 반드시 찾는 명소가 있다. 약 300년 역사의 스페인 계단이다.
1953년 개봉된 영화 '로마의 휴일'에서 오드리 헵번이 이탈리아 아이스크림 '젤라토'를 맛있게 먹던 그곳이다.
스페인 광장에서 삼위일체 성당(Trinita dei Monti)까지 135개로 이뤄진 스페인 계단은 관광객들이 시내 투어를 하다 잠시 쉬어가는 곳이자 현지인들의 만남의 장소로도 유명하다.
하지만 이제 스페인 계단에 앉기만 해도 벌금을 맞는 불상사가 발생할 수 있다.
6일(현지시간) 일간 라 레푸블리카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로마 경찰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스페인 계단과 주변 문화재를 보호하고자 최근 관광객을 엄격하게 통제하는 새 규칙을 시행하기로 했다.

"'로마의 휴일' 스페인 계단에서 못 쉰다"…관광객 통제 논란 / 연합뉴스 (Yonhapnews)

올 여름 초입 시행에 들어간 새 규칙에 따라 계단에 앉거나 눕는 행위, 계단에서 아이스크림 등 음식을 먹는 행위, 계단 아래 배 모양의 바르카치아 분수에 몸을 담그고 물을 마시는 행위 등이 금지된다.
상의를 벗어 상반신을 드러내거나 여행 가방을 끄는 것도 제한된다.
이를 어기면 정도에 따라 160∼400유로(약 21만∼54만원) 사이의 벌금이 부과된다.
실제 이날 스페인 계단에서는 앉아 쉬려는 관광객들을 제지하려는 경관들의 호루라기 소리가 그치지 않았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관광객들을 당혹스럽게 한 로마 당국의 이번 조치는 이른바 '오버 투어리즘'으로 로마의 대표적인 문화 유산이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다는 문제 의식에서 비롯됐다.
스페인 계단과 광장의 대리석이 수년간의 대기오염 영향으로 색이 변질되고 있는데다 관광객들이 뱉은 추잉 껌, 마시다 흘린 와인·커피 등으로 얼룩져 더는 방관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이번 조치에 대해 관광객들과 주민들의 의견은 크게 엇갈린다.
대체로 관광객들은 지나치게 과도한 통제라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멕시코에서 온 마르코스 모랄레스(35)는 "문화재를 보호하려는 시 당국의 의도는 이해하지만, 계단에 앉지도 못하게 하는 것은 터무니없다"라고 불평했다.
일부에선 "거의 파시스트 수준의 과도한 조치"라며 재검토를 요청하는 지적도 있었다.
다만, 한편에선 문화 유산을 보호하려면 어쩔 수 없다며 찬성하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현지 주민인 스타일리스트 잔니 밧티스토니는 이번 조치를 "문명의 회복"이라고 의미를 부여하면서 "예술적 걸작에 함부로 앉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앞서 시 당국은 2016년 문화재 보호를 위해 스페인 계단 주변 야간 통행을 금지한 바 있다.

luc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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