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격화원인 분석…돈키호테 트럼프 vs 시진핑 매파본색
"중국은 달러 못찍는다…시진핑 강경론 지탱할 경제역량 의문"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강력한 국수주의 성향을 지닌 두 스트롱맨(권위주의 지도자)의 장기전으로 바뀌고 있다고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6일(현지시간) 진단했다.
NYT는 무역전쟁이 최근 들어 갑자기 격화하는 과정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노출한 태도 변화를 주목하며 이같이 해석했다.
중국은 최근 위안화의 가치가 달러당 7위안까지 떨어지도록 내버려 뒀다. 달러당 7위안은 중국과 미국이 환율조작 의심을 두고 조심해온 심리적 저지선이었다.
NYT는 이를 두고 시 주석이 무역전쟁에서 위안화가 무기로 사용될 수 있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미국에 보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시 주석이 장기전으로 변해가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무역전쟁에서 강경론을 채택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중국 내부의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돈키호테처럼 호전적 정책을 휘두르는 상황에서 시 주석의 변화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고위급 무역협상에서 진전이 없었다는 이유로 고율 관세를 중국 수입품 전체로 확대한다고 지난 1일 예고했다.
그러자 시 주석은 '포치'(破七·달러당 7위안 돌파)를 방관하고 미국산 농산물의 수입을 중단하는 이례적 강수를 뒀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는 초강수로 맞받아 무역전쟁은 환율전쟁으로까지 확대됐다.
스인훙 중국 런민대 교수는 "시 주석이 전략적 사고를 바꾼 것"이라며 "미국이 먼저 뒷걸음치도록 저항하려고 작심했다"고 분석했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이 둘 다 쉽게 물러서지 않을 국수주의 성향의 권위주의 통치자라는 점을 무역전쟁의 난제로 주목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은 각각 미국 우선주의,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라는 통치 철학을 표방하는 국수주의자로 잘 알려져 있다.
NYT는 "시 주석의 전략이 많은 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닮았다"며 "둘 다 세계화 의제를 파괴한 결과로 권력을 유지하고 있는 데다가 국수주의에 찬동하는 정치 지지층에 기대는 것도 공통점"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행정부에서는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정책국장,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 윌버 로스 상무부 장관 등 보호무역주의 성향을 지난 대중 강경파들이 득세하고 있다.
주목할 점은 시 주석도 지난달 재개된 고위급 무역협상에 강경파로 분류되는 중산 상무부 부장을 합류시키는 등 최근 들어 비슷한 '강대강' 진용을 짜고 있다는 사실이다.
빅터 시 미국 캘리포니아대 교수는 "시 주석이 트럼프 행정부의 매우 호전적인 행동에 후퇴하지 않을 국수주의자라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 주석으로서는 국가 지도자로서 강인한 면모를 보여야 하고 정치기구, 선전조직에 대한 장악력도 유지해야 하는 입장으로 관측된다.
아울러 지난 세기 중국이 서방에 겪은 굴욕의 역사를 떨치기 위해 공산당이 외국의 압력에 굴하지 않는다는 모습도 절실한 형국이다.
경제조사업체 게이브컬 드래고노믹스의 전무인 아서 코뢰버는 "체제 정통성 차원에서 시 주석으로서는 그렇게 하는 게 권력 유지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NYT는 시 주석으로서는 미국을 향한 강경한 태도를 지속할 이유가 충분하지만 결국 경제적인 난제에 부닥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에서 경기부양책을 가동하고 있으나 재정수입 감소, 부채 증가, 서민물가 상승과 같은 문제가 돌출하고, 해외 사업에서도 위안화가 기축통화로서 한계가 뚜렷한 만큼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중국이 위안화 가치를 떨어뜨려 미국의 고율 관세 타격을 완화하더라도 이는 해외에서 영업하거나 달러 채무가 있는 중국 기업들의 피해로 돌아올 것이라는 지적도 뒤따랐다.
스인훙 런민대 교수는 "중국의 외환이 고갈되면 국가가 지시하는 자금을 특정 정책에 조달하는 현재 중국의 경제모델이 붕괴할 수 있다"며 "중국이 위안을 끝없이 찍어낼 수 있지만 미국 달러는 찍어낼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jang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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