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대, 칼에 찔리고 구타당해…中 푸젠성 출신, 폭행 용의자로 꼽혀
경찰 늑장 출동한 데다 용의자 체포 안 해 '부실 대응' 논란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에 반대하는 시위대를 무차별적으로 공격하는 '백색테러'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고 홍콩 명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빈과일보 등이 7일 보도했다.
이들 매체에 따르면 송환법에 반대하는 총파업과 홍콩 전역의 동시 다발 시위가 벌어졌던 지난 5일 밤 홍콩 췬안 지역에서는 흰색 혹은 남색 옷을 입은 30∼40명의 건장한 남성들이 시위대를 공격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들은 밤 9시부터 11시 사이에 걸쳐 췬안 일대를 돌아다니면서 칼과 흉기를 사용해 검은 옷을 입은 송환법 반대 시위대를 무차별적으로 공격했다.
이들이 휘두른 칼에 한 시위 참가자가 손과 다리에 뼈가 드러날 정도의 깊은 상처를 입었으며, 다른 시위 참가자는 각목 등에 맞아 머리를 다쳤다. 명치를 발로 걷어차여 실신한 시위 참가자도 있었다.
지역 주민들이 경찰에 신고했지만, 경찰은 상당한 시간이 흐른 뒤에야 출동했으며 출동한 후에도 폭행 용의자 체포보다는 송환법 반대 시위대 해산에만 신경을 썼다고 목격자들은 전했다.
한 주민이 폭행 가해자들이 도망친 방향을 가리켰지만, 경찰은 되레 다른 방향으로 달려갔다는 증언도 나왔다.
이번 사건은 지난달 21일 발생한 '백색테러' 사건과 매우 흡사해 제2의 백색테러 사건이라고 할 만하다.
지난달 21일 밤 홍콩 위안랑 전철역에서 흰옷을 입은 100여 명의 건장한 남성들이 각목 등으로 송환법 반대 시위 참여자와 시민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해 최소 45명이 다친 '백색테러'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에도 경찰이 늑장 출동한 데다 경찰 지휘관이 백색테러 용의자들을 격려하는 모습까지 목격돼 경찰의 직무 유기가 도마 위에 올랐다.
시위대를 향한 무차별 공격은 홍콩 노스포인트 지역에서도 발생했다.
5일 저녁 노스포인트 지역에서는 10여 명의 흰옷을 입은 사람들이 각목 등으로 시위대를 마구 폭행하면서 공격했다. 하지만 곧바로 수적으로 우세한 시위대에 밀려 '홍콩제일청년회의단' 간판을 단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시위대가 건물 유리창을 깨자 이들은 식칼 등을 휘두르며 저항했고, 실랑이는 15분가량 이어지다가 끝났다.
전날에는 이들 백색테러 용의자가 푸젠(福建)성 출신의 홍콩인을 뜻하는 '푸젠방'이라는 소문이 돌았고, 이들이 다시 시위대와 충돌할 것이라는 소문에 노스포인트 지역 상가와 은행이 문을 닫기도 했다.
실제로 시위대와 충돌 당시 이들이 쫓겨 들어간 사무실을 방문한 결과 여러 명의 푸젠성 출신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고 SCMP는 전했다.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에서는 중국 본토의 푸젠성 사람들이 복수를 위해 홍콩으로 향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면서 '푸젠방'이 인기 검색어 1위에 오르기도 했다.
한편 잡화 상가 밀집 지역인 쌈써이포에서 한 대학생이 '레이저 포인트'를 샀다가 인근에 잠복해 있던 사복경찰에게 붙잡혔다고 홍콩 언론은 전했다.
홍콩 경찰은 이 대학생이 레이저 포인트 10개를 샀으며, 시위 때 경찰에 강한 빛을 쏘는 무기로 이를 활용할 수 있어서 '공격용 무기' 소지 혐의로 체포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에 항의하는 시민 수백 명이 전날 저녁 쌈써이포 경찰서로 몰려가 거센 항의 시위를 벌여 경찰과 충돌을 빚었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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