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싼돈의 시대' 또 온다…미국 따라 무더기로 금리인하 가세

입력 2019-08-07 17:08   수정 2019-08-07 18:29

'값싼돈의 시대' 또 온다…미국 따라 무더기로 금리인하 가세
뉴질랜드 0.5%P·인도 0.35%P·태국 0.25%P 전격 인하
글로벌 경기부진 탓…필리핀 인하 전망·일본도 추가완화 저울질




(서울=연합뉴스) 김치연 기자 =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지난달 기준금리를 인하한 데 이어 뉴질랜드, 인도, 태국이 7일 기준금리를 낮추며 완화 흐름에 가세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재개되면서 불확실성이 커진 데다가 세계 경제의 엔진으로 작동해온 중국의 경기 부진, 유럽의 경기둔화 장기화 등의 여파로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속속 완화정책으로 돌아선 것이다.
뉴질랜드, 인도, 태국은 기준금리 인하를 결정하며 무역전쟁이 자아내는 불확실성과 그에 따라 심화하는 글로벌 경기둔화를 그 원인으로 지목했다.
뉴질랜드 중앙은행(RBNZ)은 이날 통화정책 성명에서 경제성장에 걸림돌이 커졌다며 기준금리(OCR)를 기존 1.5%에서 1.0%로 0.5%포인트 낮췄다고 발표했다.
RBNZ는 통화정책위원회가 고용과 인플레이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낮추는 데 합의했다며 고용은 지속가능한 최대 수준에 가깝지만, 인플레이션은 목표치 1∼3%의 중간값인 2%를 밑돌고 있다고 설명했다.
RBNZ는 "지난 한 해 국내총생산(GDP) 증가세가 둔화하고 성장 저해요인이 커졌다"며 "추가 통화부양책이 없으면 고용과 인플레이션이 목표치에 비해 낮아질 수 있다"고 금리 인하 이유를 밝혔다.
뉴질랜드는 글로벌 경기가 식으면서 뉴질랜드의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덩달아 줄어들고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대다수 경제학자가 0.25%포인트 인하를 점쳤다며 0.5%포인트 인하는 예상하지 못한 일이라고 보도했다.
뉴질랜드가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 인하한 것은 2011년 3월 이후 처음이다.
RBNZ는 올해 5월에도 기준금리를 1.75%에서 1.5%로 0.25%포인트 인하했다.
에이드리언 오어 RBNZ 총재는 기자회견에서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며 마이너스 금리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기준금리 인하 발표와 오어 총재의 발언에 뉴질랜드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1.140%로 0.17%포인트 하락했다.
뉴질랜드 달러-미국 달러 환율은 금리 발표 이전 65.5센트에서 63.99센트로 떨어지며 2016년 6월 이후 최저를 기록했다.

인도중앙은행(RBI)도 예상을 뛰어넘는 폭의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RBI는 이날 기준금리를 종전 5.75%에서 5.40%로 0.35%포인트 인하했다.
올해 2월, 4월, 6월 세 차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낮춘 데 이어 올해만 네 번째 금리 인하다.
RBI는 성명에서 "글로벌 경기 둔화와 무역갈등 고조가 경기 하방 리스크를 유발하는 가운데 국내 경제활동이 계속해서 약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어 "민간투자 부문 등 총수요를 부양함으로써 경제성장 우려에 대처하는 것이 현시점에서 가장 우선순위"라고 덧붙였다.
RBI는 연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6.9%로 지난 6월 전망치보다 0.1%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태국 중앙은행(BOT)도 전문가들의 동결 예상을 깨고 기준금리를 1.75%에서 1.50%로 0.25%포인트 낮췄다.
이는 4년여만에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인하한 것으로 기록됐다.
BOT는 앞서 가계부채와 금융불안을 우려하며 기준금리 인하론에 신중한 태도를 취해왔다.
그러나 최근 몇달간 미중 무역갈등 고조로 태국의 경제전망이 급격히 악화한 데다 가뭄, 환율 변동으로 수출과 관광업이 타격을 입자 정책기조를 전환했다.
지난달 재집권에 성공한 후 들어선 쁘라윳 짜오찬 총리 2기 내각은 무역갈등 악화로부터 태국 경제를 보호할 확장적인 재정·통화정책을 원한다고 밝힌 바 있다.
선진국인 뉴질랜드와 신흥국 인도, 태국의 기준금리 인하는 연준의 완연한 완화정책 때문에 탄력을 받은 것으로 관측된다.

이들 국가는 경기둔화에 대한 우려가 컸으나 미국과의 금리 차이에 따른 자본탈출 우려 때문에 기준금리를 인하할 수 없는 처지였다.
하지만 연준이 글로벌 경기둔화가 미국에 전이될 것을 우려해 선제적으로 보험성 금리인하를 단행함에 따라 숨통이 트였다.
무역전쟁, 글로벌 경기둔화뿐만 아니라 미국의 금리에 따른 환율에도 영향을 받는 선진국인 일본도 추가완화책을 저울질하고 있다.
이날 발표된 일본은행(BOJ)의 지난달 금융정책 결정 회의록에서 일부 통화정책 위원들은 경제전망 리스크를 경고하며 부양책 확대 방안을 논의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BOJ가 통화정책을 이르면 내달 완화할 수 있다는 신호라고 로이터 통신은 설명했다.
BOJ는 지난달 금융정책 결정 회의 결과 기준금리를 -0.1%로 동결하되 물가 상승세가 꺾이면 주저 없이 추가 금융완화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연준에 앞서 기준금리를 낮춘 호주중앙은행(RBA)은 전날 통화정책회의에서는 기준금리를 1%로 동결했다.
RBA는 지난 6월과 7월 두 달 연속으로 기준금리를 각각 0.25%포인트씩 인하한 바 있다.
이달 8일 금리 결정을 앞둔 필리핀도 지난달 인플레이션이 2년 만에 최저를 기록한 만큼 기준금리를 내릴 것이라는 관측을 받고 있다.
세계 각국의 완연한 완화정책 기조로 지구촌에는 '값싼 돈의 시대'가 다시 찾아오고 있다는 소리가 나오고 있다.
주요국 중앙은행들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침체한 경기를 되살리기 위해 장기간 초저금리 정책을 펼쳐왔다.
연준이 작년에 4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인상하고 선진국, 신흥국들이 그 시류에 편승하면서 한때 긴축의 시대가 예고됐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주의 통상정책, 중국의 성장동력 약화, 그에 따른 아시아와 유럽의 경기둔화가 닥치면서 그런 전망은 철저히 빗나갔다.

chic@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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