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옹-토리노 고속철 사업 놓고 伊 연정 내분 격화…"결별 수순"(종합)

입력 2019-08-08 00:30  

리옹-토리노 고속철 사업 놓고 伊 연정 내분 격화…"결별 수순"(종합)
상원은 사업 지지 발의안 가결…올초 중단된 공사 재개 '청신호'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이탈리아 의회가 정치권의 오랜 쟁점 가운데 하나인 리옹(프랑스)-토리노 간 고속철도(TAV) 건설 사업에 힘을 실어줬다.
하지만 연립정부를 구성하는 반체제 정당 '오성운동'과 극우 정당 '동맹'이 TAV 이슈를 놓고 극심하게 대립하면서 연정이 최악의 위기 국면에 봉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탈리아 상원은 7일(현지시간) 오성운동이 발의한 TAV 사업 중단안에 대해 반대 181대 찬성 110으로 부결했다.
반대로 중도 좌파 성향의 '민주당'(PD)과 중도 우파 '전진 이탈리아'(FI), 극우 성향의 '이탈리아형제들'(FdI) 등 정당 소속 의원들이 발의한 건설 동의안은 가결했다. 발의안별로 찬성은 180∼182표, 반대는 107∼109표였다.
표결에는 오성운동을 이끄는 루이지 디 마이오 부총리 겸 노동산업장관과 극우 정당 '동맹' 소속 마테오 살비니 부총리 겸 내무장관도 참석했다.



TAV는 프랑스 리옹과 이탈리아 북부 산업도시인 토리노 간 270㎞ 구간을 고속철도로 연결하는 프로젝트다.
완공되면 두 도시 간 이동 시간이 기존 7시간에서 4시간 반으로 단축된다.
이 사업은 이탈리아 연정의 두 축인 동맹과 오성운동이 반목해 온 여러 국가 정책 가운데 하나였다.
오성운동은 알프스산맥을 관통하는 57.5㎞의 터널 구간이 포함돼 환경 파괴 규모가 크고 비용이 많이 들어 사업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며 반대해왔고, 북부 지역을 지지 기반으로 한 동맹은 경기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며 사업 지속을 강조해왔다.
이탈리아 연정 내 대립으로 162㎞의 총 터널 구간 가운데 이탈리아 구간의 7㎞를 비롯해 현재까지 약 29㎞의 터널 구간이 완공된 상황에서 올 초 공사가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이를 보여주듯 이날 표결에 앞서 진행된 개별 발언에서도 동맹·오성운동 소속 의원들의 의견은 극명하게 나뉘었고, 이는 투표 결과로 고스란히 나타났다.
현지 언론과 외신은 이번 표 대결을 두고 연정이 사실상 와해하는 수순으로 가고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ANSA통신은 "TAV 이슈를 놓고 연정이 심각하게 분열됐다"고 했고, dpa통신도 "오성운동이 TAV에 반대표를 던짐으로써 연정을 다시 위기로 몰아넣었다"고 평했다.
정치권도 연정 분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니콜라 진가레티 민주당 대표는 "주세페 콘테 총리는 지금 당장 세르지오 마타렐라 대통령에게 연정 내분 상황을 보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앞서 살비니 부총리는 언론 인터뷰 등에서 오성운동이 TAV 사업에 반대할 경우 연정 붕괴와 함께 조기 총선이 가시화할 수 있다고 엄포를 놓은 바 있다.
한편, 이념 성향상 오성운동과 상대적으로 가까운 콘테 총리는 그동안 보여온 유보적 태도를 접고 최근 건설을 지지하는 쪽으로 돌아섰다.
콘테 총리는 당시 이 사업의 공동 주체인 유럽연합(EU)과 프랑스가 예산을 좀 더 분담하기로 함에 따라 이탈리아의 재정적 부담이 줄어든 데다 공사를 중단했을 때 입을 손실이 훨씬 크다고 입장 선회 이유를 설명했다.
luc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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