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상원의원·시장이 "사실 왜곡했다"며 트위터서 원색 비난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총기참사 도시 방문에 앞서 "정쟁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해놓고는 불과 몇시간도 안 돼 야당 인사들을 원색적으로 비난해 또다시 구설에 올랐다.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주말 연달아 총기 난사 사건이 벌어진 오하이오주 데이턴과 텍사스주 엘패소 순방을 위해 이날 오전 백악관을 나서면서 기자들에게 "정쟁에서 벗어나 있겠다"고 말했다.
많은 사상자가 발생한 사고 현장을 방문하는 동안만이라도 정적에 대한 비난을 자제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그러나 이런 '데탕트'는 채 몇시간도 지나지 않아 깨지고 말았다. 데이턴에서 부상자들을 위로한 뒤 엘패소로 가는 전용기 안에서 민주당 소속 오하이오 상원의원과 데이턴 시장에 대한 비난글을 트위터에 올린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따뜻하고 훌륭한 방문이었다. 엄청난 열광과 심지어 사랑을 느꼈다"며 데이턴을 찾은 소감을 전한 뒤, "그러다가 실패한 대통령 후보인 셔로드 브라운(상원의원)과 (낸) 웨일리 시장이 병원 안에서 일어난 일을 완전히 왜곡하는 것을 봤다. 내가 떠난 뒤 그들이 한 기자회견 내용은 사기다"라고 적었다.
그의 핵심 참모인 댄 스카비노 백악관 소셜미디어 국장도 자신의 트위터에 브라운 상원의원과 웨일리 시장이 병원 분위기에 대해 거짓말을 했다며 "아무것도 안 하면서 그저 기회만 되면 대량살상도 정치화하는 수치스러운 정치인들"이라고 맹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스카비노 국장이 브라운 상원의원과 웨일리 시장의 어떠한 발언을 놓고 이처럼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인지는 불분명하다고 폭스뉴스는 보도했다.
정작 브라운 상원의원과 웨일리 시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떠난 뒤 기자회견을 열어 "대통령이 옳은 일을 했다"고 칭찬했기 때문이다.
브라운 상원의원은 총기참사로 고통받는 환자들에게 "트럼프 대통령이 위안을 줬다"면서 "대통령과 퍼스트레이디가 옳은 일을 했다. 대통령 역할 중에는 사람들을 위로하는 것도 있는데 그가 여기에서 그런 역할을 해줘서 기쁘다"고 말했다.
트럼프가 비난 글을 올린 순간 기자들과 만나고 있던 웨일리 시장은 대통령이 자신을 겨냥한 트윗을 올렸다는 이야기를 듣고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웨일리 시장은 그 자리서 트윗을 확인한 뒤 "너무 혼란스럽다"면서 "우리는 그가 환대받았다고 했다. 갑자기 왜 두 사람이 '왜곡됐다"는 얘기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러고는 "알다시피 그는 트위터 세상에 사는 사람 아니겠느냐"고 씁쓸하게 말했다.
브라운 상원의원과 웨일리 시장은 과거 인종차별과 이민 문제를 놓고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하며 각을 세운 적은 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맹공은 민주당 유력 대선주자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에게도 향했다.
바이든 전 부통령이 아이오와주에서 연설하는 영상을 본 트럼프 대통령은 "'졸린' 바이든이 연설하는 것을 봤다. 너무 지루하다!"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또 바이든 보도한 언론이 순위와 클릭 수에서 밀려 죽게 생겼다고 주장했다.
바이든 전 부통령이 이날 유세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말 그대로 대학살을 부채질하고 있다. 유권자들은 이 사람이 재선되도록 놔둬선 안 된다"고 직격탄을 날리자 발끈한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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