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상훈 기자 = 영국이 식민 지배기에 약탈하거나 빼돌린 유물을 돌려달라는 요청이 이어지고 있다.
7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올리비아 그란제 자메이카 문화부 장관은 최근 의회에서 현재 영국박물관이 소장 중인 자국 유물 반환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가 반환을 요구하려는 유물은 500년 이상 된 '비의 신' 보이야넬(Boiyanel) 조각상과 1792년 동굴에서 출토된 '새인간'(鳥人) 상 등이다.
그란제 장관은 카리브해 지역 토착 부족인 타이노족이 만든 이 유물들이 영국 식민통치 당시 단행된 초기 발굴 단계에서 유출됐다고 주장했다고 현지 일간 자메이카 글리너가 보도했다.
그는 "이 유물들은 대단히 귀중한 것들로 자메이카에 중요하며 자메이카 국민 소유"라며 2009년부터 활동해온 유물 반환 추진위원회를 통해 반환 요구를 실행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다만, 영국 박물관 대변인은 자메이카 문화부로부터 아직 아무런 연락을 받지 못했다고 답했다.
박물관 대변인은 "이들 유물은 지난 2009년부터 '인라이트먼트 갤러리'에서 전시되고 있다. 타이노족 유물 컬렉션은 인도, 일본, 스페인, 프랑스, 싱가포르 등에도 대여 전시된 적도 있다"고 설명했다.
영국이 과거 식민지 시절에 약탈하거나 유출한 문화재를 돌려달라는 요청은 최근 들어서도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에는 에티오피아 정부가 영국 국립전쟁박물관에 보관된 19세기 에티오피아 황제 테우드로스 2세의 머리카락 한타래의 반환을 요청한 바 있다.
당시 박물관은 에티오피아 정부가 반환을 요청한 머리카락 타래를 슬그머니 전시대에서 빼기도 했지만, 여론의 압박에 결국 반환하기로 결정했다.
문제의 머리카락은 1868년 영국군이 침공하자 포로가 되기를 거부하고 목숨을 끊은 테우드로스 황제의 시신에서 절취한 것으로, 60년 전부터 영국 국립 육군박물관이 소장하고 있었다.
에티오피아는 다수의 약탈 유물 반환을 영국에 요청해왔다. 영국 빅토리아&앨버트 박물관은 지난해 4월 약탈 유물 가운데 금관 하나를 장기 임대 형식으로 반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밖에도 그리스는 파르테논 신전 벽면 조각상 '파르테논 마블'(엘긴 마블) 반환을 영국박물관에 요구해왔으며, 나이지리아는 영국과 베냉 왕국의 유물인 '베냉 브론즈' 반환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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