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경제전쟁 '유화국면' 아니다"…정부 '상황관리' 신중모드

입력 2019-08-09 15:25   수정 2019-08-09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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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경제전쟁 '유화국면' 아니다"…정부 '상황관리' 신중모드
정부 당국자 "日조치에 일희일비 안해…일본 백색국가 제외방침 중단 아니다"

(서울=연합뉴스) 김성진 기자 = 정부가 일본의 수출규제를 둘러싼 경제전쟁 확전을 유보하고 '숨고르기'에 들어갔지만 '유화 국면'은 아니라고 부정하며 상황관리에 들어갔다.
한국과 일본이 그간의 강공 모드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는 것을 멈춰섰지만 이를 대화와 협상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판단하기에는 이르며 확전 가능성을 배제치 않고 서로 속도조절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일본은 앞서 7일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수출 간소화 우대국) 제외 관련 시행세칙에서 추가로 개별허가 품목을 지정하지 않은 데 이어 같은 날 반도체 소재 등 3대품목 중 하나인 포토레지스트의 대한국 수출을 34일만에 처음으로 승인했다.
우리 정부도 당초 8일 일본을 한국의 백색국가 명단에서 제외하는 시기와 방식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으나 "논의가 더 필요하다"면서 발표를 추후로 미뤘다.

이 때문에 한일 갈등 양상이 사실상 유화국면에 들어가 정부가 백색국가 제외 조치를 중단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일각에서 나왔다.
산업통상자원부 당국자는 이와 관련, "발표를 유보했다기보다는 일본의 조치가 국제사회 여론과 세계무역기구(WTO)제소 방안 등에 어떤 파급효과를 미치는지 등을 두루 짚어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일본을 우리 백색국가 명단에서 제외하는 구체적인 방식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일본의 조치로 어느 정도 새로운 여건이 조성된 만큼 그 의미를 평가하고 국제사회의 반응 등을 신중하게 살피는 것이 당연한 수순이라는 것이다.
이 당국자는 "사태가 유화국면으로 접어들었다고 보지 않는다"며 "우리가 일본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하는 조치를 연기하는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더 이상의 확전을 가급적 자제하고 좌우를 주의 깊게 보면서 속도를 조절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도 이 같은 진단을 뒷받침했다.
김 실장은 9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한국의 백색국가에서 일본을 제외하는 방안과 관련해 "(정부가 이를) 중단한 것은 아니다. 조금 더 검토할 사항이 있는 것뿐"이라면서 다시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들은 대체로 일본의 최근 조치에 대해 일희일비할 사안이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에 대한 백색국가 제외라는 큰 기조에 별다른 변화나 철회 조짐 없이 계획한 대로 가는 행보일 뿐이라는 것이다.

일본 정부가 3대 품목에 대한 수출규제가 '수출금지'가 아닌 '수출관리'라고 주장하며 순수 민간용도라면 수출을 허가할 것이라고 밝혀왔다는 점에서도 이번 수출허가가 그간의 기조를 바꾼 것으로 평가하기도 어렵다.
다른 산업부 당국자는 "이제 와 품목 하나를 수출 승인한 것을 놓고 태도 변화가 있다고 보기 힘들다"라며 "제비 한 마리가 왔다고 봄이 온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일본 측이 앞으로도 허가를 내주겠지만 엄격한 심사 기준에 따라 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에 기업들의 불확실성은 여전하다"면서 "1라운드를 끝내고 2라운드로 가기 전 잠시 쉬어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른 관계자도 정부가 일본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연기한 것과 일본이 첫 수출허가를 내준 것은 우연의 일치로 '오비이락'에 지나지 않는다고 평가 절하했다.
이에 비해 민간 전문가들은 현재 숨 고르기 국면에서 국내 기업의 피해 최소화에 좀더 방점을 뒀다.
한국무역협회 문병기 수석연구원은 "일본의 조치를 유화적 제스처로 보기는 무리지만 일본이 현 단계보다 수출규제를 더 강화하지는 않았다"면서 "우리 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일본이 언제든지 추가규제에 들어갈 수 있는 만큼 중장기적으로 국내 소재·부품·장비 경쟁력을 키우는 것이 최선책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제통상법 전문가 송기호 변호사도 "일본을 우리 백색국가 명단에서 곧바로 제외하는 식으로 맞대응하기보다 추가 기업 피해가 없도록 상황을 관리하는 것은 적절하다고 본다"면서 "그런 맞대응은 안보상 이유로 재량권에 따라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했다는 일본의 논리를 강화해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향후 WTO 제소에 대비해서도 국제여론전에서 한국 입장의 압도적 우위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면서 일본에선 지난번 후쿠시마 수산물 소송 때 한국에 역전패한 데 따른 충격 때문에 이번에도 WTO 소송에서 지는 것 아니냐는 두려움이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산업부 관계자는 "일견 비슷한 조치인 것처럼 보이나 일본이 우리를 백색국가에서 제외하는 것과 우리가 일본을 제외하는 것은 근거와 이유가 서로 다르다"면서 "향후 우리가 일본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해도 WTO 제소 자체에는 넓은 맥락에서 영향이 크지 않다고 보고 제소 절차도 최소한 신속하게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sungji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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