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갈등 10년, 20년까지 지속할 수도…기업 혁신 필요"

입력 2019-08-09 17:00  

"미중 무역갈등 10년, 20년까지 지속할 수도…기업 혁신 필요"
한국경제학회 국제학술회의…"日규제에 韓기업 생산효율성 하락 우려"

(서울=연합뉴스) 정수연 기자 = 미중 무역갈등이 길게는 20년까지도 이어질 수 있어 기업들은 혁신으로 정치적 불확실성에 대비해야 한다는 외국 전문가 제언이 나왔다.
일본의 수출규제로 한국 기업의 생산 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으며 소재·부품의 국산화를 지향하기보다 자유무역을 늘리는 방향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조언도 있었다.
프레더릭 와진스키 덴마크 오르후스대 경제경영학부 교수는 한국경제학회 주관으로 8일 서강대 게파르트 남덕우관에서 열린 국제학술대회 발표를 마친 후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미중 무역 분쟁이 길게는 10년, 20년까지도 지속할 수 있다"고 말했다.
와진스키 교수는 "과거 일본경제가 성장하던 시기에도 미일 무역마찰이 있었고 이는 일본 성장세 둔화로 이어졌다"며 "미국이 무역마찰을 통해 성장하는 국가에 경제적 압박을 가한 경험이 있는 만큼 미중 무역갈등 역시 단기적으로 끝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1980년대 일본은 미국을 상대로 큰 폭의 무역흑자를 기록했고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올랐다. 그러자 미국은 일본산 자동차, 철강제품에 고율의 관세를 매겼으며 1985년 플라자합의를 통해 엔화 절상을 유도했다. 이에 일본에선 제조업 공동화 현상이 나타났었다.
와진스키 교수는 또 "중국이 미일 무역마찰 시기의 일본 수준으로 성장하지 못했음에도 인구 규모가 워낙 큰 영향에 무역갈등은 이미 시작됐다"며 "중국이 계속 성장하고 선도국 자리를 차지하기 원하는 한 미국의 중국에 대한 압박은 장기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미중 무역갈등을 비롯한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효율적인 글로벌 가치사슬을 만드는 데 제약이 생기며, 이런 상황에서 기업들은 혁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와진스키 교수는 "미중 무역갈등이 격화할수록 효율적인 글로벌 가치사슬 형성에 제약이 가해질 것"이라며 "생산에 적합한 곳으로 기업이 이동하려 해도 정치적 불확실성을 우려해 가지 않게 되고, 기업의 성과는 악화한다"고 말했다.
글로벌 가치사슬이란 상품 설계, 원재료와 부품 조달, 생산, 유통, 판매에 이르는 과정이 세계 각국에 걸쳐서 이뤄지는 생산 방식을 말한다.
와진스키 교수는 이어 "이런 상황 속에서도 기업은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혁신을 할 것이고 또 혁신해야만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는 대(對)중국 관세를 물리는 미국 행정부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그는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가 현실화하면 한국 기업은 타국에서 대체재를 찾거나 국산화를 해야 하는데 이는 비효율적·비합리적"이라며 "일본의 규제는 미중 갈등으로부터 영향을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허웨이 탕 홍콩대 경영경제학부 교수도 학술대회 발표를 마친 후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그간 한국 기업들은 비용과 기술적인 측면을 고려해 일본산 부품을 이용해 왔다"며 "한일 분쟁으로 인해 이 관계가 깨진다면 비효율적인 결과는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무역갈등으로 인한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 모든 부품을 국산화한다는 정책에는 회의적인 시각을 나타냈다.
탕 교수는 "부품을 수입하지 않고 모두 국산화하려는 정책은 잘못된 사고방식"이라며 "무역갈등을 겪는 중국도 물건을 자국 내에서 생산하는 방법이 아니라 다른 국가들과의 교역을 늘려 충당하는 정책을 택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국 상황이 어떻게 흐를지는 알 수 없으나 보호무역주의보다는 자유무역과 투자를 통해 현 상황을 돌파하는 게 맞는 방향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기업 간 경쟁, 국가 간 경쟁이 심화한 상황에서 정부가 해야 할 일은 기업 투자를 촉진하는 것이라고 봤다.
그는 "기업 간 연구개발(R&D) 투자 경쟁, 국가 간 경쟁이 치열해져 투자를 늘린 만큼 소득을 얻지 못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규제를 완화하는 등 기업들이 혁신을 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프레더릭 와진스키 교수는 8일 국제학술대회에서 '여러 종류의 세계화'를 주제로, 허웨이 탕 교수는 이날 '글로벌 소싱과 국내 생산 네트워크'를 주제로 발표했다.
js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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