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아티아판 '나치 경례'에 경찰은 팔짱만…공방 가열

입력 2019-08-09 18:31  

크로아티아판 '나치 경례'에 경찰은 팔짱만…공방 가열



(제네바=연합뉴스) 임은진 특파원 = 크로아티아의 극우 단체가 승전 기념일 행사에서 크로아티아판 나치 경례를 하고 구호를 외쳤으나 경찰이 특별한 대응을 하지 않아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8일(현지시간) 현지 매체인 HINA 통신과 '발칸 트랜지셔널 저스티스' 등에 따르면 지난 5일 크로아티아 중부 크닌에서는 1995년 세르비아계와 전쟁에서 승리를 기념하는 행사가 열렸다.
행사 도중 극우 단체인 '크로아티아 방위군'(HOS)이 난입해 2차 대전 당시 크로아티아판 나치 친위대였던 우스타샤의 구호를 외치고 경례를 했다.
그러나 HOS의 이 같은 돌발 행동에도 경찰은 이를 저지하거나 조치하지 않았다.
경찰의 무대응이 알려지자 정치권에서는 즉각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중도 좌파 성향의 크로아티아국민당(HNS)은 성명을 내고 "부적절한 경례가 더 중요하다고 여긴 사람들 때문에 크로아티아의 자유를 위해 숨진 사람들이 가려져 슬프다"며 경찰은 법에 따라 공무를 집행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Democrats)의 미란도 므르시츠 대표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우스타샤 경례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용인돼서는 안 된다며 비난했다.
경찰은 수세에 몰리자 당시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은 이유를 법원 탓으로 돌렸다.
2년 전인 지난 2017년 7월 크닌의 한 행사장에서도 전직 HOS 대원들이 우스타샤 구호를 외치고 경례를 해 이들을 경범죄로 체포했지만, 이듬해 지방법원이 무죄를 선고한 바 있어 이번에 대응할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내무부 관료는 "5년간 법을 공부한 지방법원 판사들이 (우스타샤 경례를 금한) 고등법원과 헌법재판소의 입장을 존중하기 원하지 않는다면, 왜 당신은 경찰이 (상급 법원의 입장을) 존중하기를 기대하는가?"라며 경찰을 옹호했다고 HINA 통신이 지역 신문을 인용해 전했다.
이에 대해 크로아티아의 옴부즈맨 로라 비도비츠는 경찰은 우스타샤 경례에 대해 행동을 취했어야 했다며 경찰이 법원의 역할을 하려 한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박했다.
engin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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