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자 절반 "이민자에 대해 말하는 방식이 폭력행위 부추겨"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특파원 = 최근 미국 텍사스와 오하이오주에서 발생한 총기 난사 사건을 계기로 미국 사회에 무차별 총격에 대한 공포가 확산하고 있다.
미국인 대다수는 조만간 총기 난사 사건이 재발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로이터 통신은 여론조사기관 입소스(Ipsos)와 공동으로 지난 7∼8일(현지시간) 이틀간 미국인 1천116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여론조사를 한 결과를 9일 공개했다.
조사 결과 49%가 유사 사건이 일어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답한 것을 포함해 응답자의 78%는 향후 3개월 이내에 유사 사건이 재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3개월 이내에 비슷한 사건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본 응답자는 전체의 10%에 그쳤다.
응답자의 69%는 총기를 '강력히' 혹은 '적절히'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민자에 대해 사람들이 말하는 방식이 폭력행위를 부추겼다"고 말한 응답자도 전체의 절반에 이르렀다.
미국인 대다수는 총기 난사를 비롯한 무차별적 폭력 행위를 안전상 최대 위협으로 보고 있으며, 응답자 4명 중 한 명꼴로 정치적·종교적 이유로 벌어지는 국내 테러(domestic terrorism)가 안전상 최대 위협이 되고 있다고 답했다.
외국인에 의한 테러가 최대 위협이라고 답한 응답자는 6명 중 한 명꼴에 그쳤다.
총기 난사 사건이 빈발하는 이유로는 정신적 문제, 인종주의, 편견, 총기에 대한 접근 용이성을 꼽은 응답자가 많았다.
이번 여론조사의 오차범위는 ±3%포인트다.
이러한 조사는 지난 주말 텍사스주 엘패소와 오하이오주 데이턴에서 잇따라 발생한 두 건의 총기난사 사건으로 최소 31명이 숨진 가운데 진행됐다.
엘패소 총격범 패트릭 크루시어스(21)는 경찰에 투항하면서 자신의 범행이 멕시코인들을 노린 총격이었다고 자백했다.
데이턴에서 총기를 난사하다 사살된 코너 베츠(24)도 사망자 9명 중 6명이 흑인이어서 유색인종에 대한 증오 범죄일 가능성이 거론됐다.
이와 관련해 미국 현지에선 인종차별적 막말을 쏟아내 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도 간접적 책임이 있다는 비판이 확산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민주당의 유색인종 여성의원 4인방에게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고 목청을 높이고, 흑인이 많이 거주하는 메릴랜드주 볼티모어를 "쥐와 설치류가 들끓는 난장판"이라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이런 발언은 백인 유권자의 지지를 확고히 하기 위한 내년 대선 전략의 일환으로 해석됐으나 백인우월주의 색채가 짙은 총격 참사와 맞물려 역풍에 직면했다.
엘패소 대학병원에 입원한 총격 부상자들은 지난 7일 이 병원을 찾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면담을 거부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9일 트위터를 통해 "총기는 정신질환자나 정신이상자의 손에 맡겨선 안 된다"면서 총기규제 강화 의지를 피력했다.
다만, 공화당과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해 온 이익단체인 전국총기협회(NRA)가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져 실제 입법이 이뤄질지는 아직 불투명한 실정이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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