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기준금리 실효 하한 연 1.0% 안팎으로 보는 듯…'인하 카드' 두 번 남아
(서울=연합뉴스) 홍정규 정수연 기자 = 미중 무역전쟁에 일본의 수출규제가 겹치며 삼각파도가 한국 경제를 덮치고 있다.
미국이 중국을 상대로 관세전쟁을 벌이자 중국은 위안화 약세를 유도해 수출기업들을 지원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달러 약세를 유도하려 기준금리를 대폭 인하하는 '빅컷'을 압박하고 있다.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무역갈등이 해소될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이 있었으나 미중은 환율전쟁으로 전선을 되레 넓혔다.
미중 갈등에 따른 교역량 둔화로 우리 수출이 8개월 연속 감소한 상황에서 일본이 한국에 수출규제를 가해 경기둔화 우려는 더 커졌다.
한국은행은 대외 악재에 대응하기 위해 추가 금리 인하를 고려하고 있지만 악재에 기반한 환율 불안에 금리를 쉽사리 내리기도 어려운 지경으로 빠져들고 있다.
서울대학교 김소영 교수는 11일 "국내 상황만 보면 기준금리 추가 인하를 고려해야 하나, 환율 급등에 한은이 판단을 내리기 어려워졌다"며 "금리를 내렸는데 경기는 회복되지 않고 환율 상승에 외국인 자금만 빠져나가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핵 등 변수에 원/달러 환율이 일시적으로 단기 급등한 게 아니라 미중 갈등과 한일 경제전쟁 리스크에 우리 경제가 더 허약해질 것이라는 우려에 환율이 달러당 1,200원대로 뛰어오른 상황인 만큼 금리 인하는 원화 추가 약세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많다.
금융시장에서는 한은이 내부적으로 기준금리 실효 하한을 연 1.0% 안팎으로 설정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분석이 맞다면 한은의 인하 카드는 0.25%포인트 기준으로 두 차례 남은 셈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 7월 기준금리를 1.75%에서 1.50%로 인하한 직후 기자회견에서 "경제 상황에 따라 대응할 수 있는 (정책) 여력을 갖고 있다"며 "한 번의 금리 인하로 기준금리가 당장 실효 하한에 근접하게 된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기준금리를 더 내려도 효과가 없는 하한선인 실효 하한에 아직 다다르지 않았다는 의미로, 추가로 더 내릴 수 있음을 시사한 발언이다.
인하 사이클의 막바지였던 2016년에는 실효 하한이 1.25% 언저리였던 것으로 보인다. 그해 6월 한은은 금리를 연 1.25%로 내렸고, 8월 기자간담회에서 이 총재는 "한국은 자본 유출이나 금융안정 리스크를 고려할 때 기준금리 정책의 실효 하한이 기축통화국보다 높아야 한다"고 말했다.
과거와 달리 미중 무역·환율전쟁 위험이 현실화한 상황에서 국내 경제 성장세까지 둔화한 만큼 기준금리 실효 하한선은 2016년보다 더 낮아질 가능성은 충분하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준에 금리를 대폭 인하할 것을 거세게 요구하고 있다는 점도 그 배경이다.
메리츠종금증권 윤여삼 연구원은 "미 연준이 9월과 12월 혹은 9월과 내년 상반기 금리를 인하할 수 있다고 본다"며 "한은도 올해 11월과 내년 상반기에 한 차례씩 인하해 금리를 연 1.0%까지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실효 하한이 더 낮아졌다고 해도 원화 약세에 한은은 쉽사리 금리 인하 카드를 꺼내 들기 어려운 상황이다.
환율이 급등한 상황에서 금리를 또 내릴 경우 외국인 자본이 유출하고 금융·외환시장 불안이 커질 수도 있다. 이 경우 금리 인하가 시장 불안을 유발해 오히려 성장을 더 망가뜨리는 결과를 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은과 달리 각국 중앙은행들은 미국을 따라 무더기로 금리를 내리며 인하 경쟁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뉴질랜드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연 1.5%에서 1.0%로 내렸다. 시장 예상보다 큰 폭으로 인하를 단행한 것이다.
인도 중앙은행도 종전 5.75%에서 5.40%로 0.35%포인트 내렸고, 태국도 1.75%에서 1.50%로 인하했다.
일본도 단기 정책금리를 -0.1%로 동결하긴 했으나 추가적인 부양책을 검토하고 있다.
js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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