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스쿠니 반대 촛불행동 행사 참석…"소녀상 작품, 반일 아닌 평화의 상징"
(도쿄=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 지난 1일 일본 나고야(名古屋)에서 개막한 예술제 '아이치 트리엔날레' 기획전 '표현의 부자유전·그 후'에 '평화의 소녀상'을 출품한 김서경 조각가가 10일 평화를 사랑하는 일본인들을 만났다.
김 조각가는 이날 도쿄 재일본 한국YMCA에서 '야스쿠니 반대 도쿄 촛불행동' 주최로 열린 심포지엄에 특별연사로 초청받아 평화의 소녀상 전시가 중단된 데 대한 심경 등을 밝혔다.
김 조각가는 "2012년 도쿄도미술관에서 열린 전시회에 작은 소녀상을 전시했다가 철거당했는데, 그것이 계기가 되어 쓰다 다이스케 씨가 예술감독을 맡은 이번 아이치 트리엔날레에 초대를 받은 것"이라고 입을 열었다.
그는 "표현의 부자유전에는 평화의 소녀상 외에 야스쿠니, 일왕, 헌법 9조, 오키나와 등을 주제로 한 많은 작품이 전시됐다"며 "일본에서 표현의 자유가 지켜지고 있구나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런데 개막에 맞춰 나고야에 도착했을 때 사진을 찍되 SNS에는 올리지 말라는 말을 듣고 불안감이 엄습했는데 그것이 현실이 됐다고 안타까움을 피력했다.
그는 전시 중단을 이끈 나고야시의 가와무라 다카시 시장이 일제 난징대학살과 위안부를 인정하지 않는 인물임을 나중에 알게 됐다며 권력의 개입으로 일본에서 표현의 부자유 상태가 됐다고 말했다.
김 조각가는 "평화의 소녀상 전시 관련 기사가 나온 영향으로 개막 첫날부터 많은 분이 찾아오셨다"며 "전시가 중단되기 직전 마지막 날에는 줄을 서서 관람하는 정도였다"고 말했다.
그는 "우익이 전시를 못 하도록 압력을 넣고 항의 전화가 많이 왔다고 하는데 우리는 그런 걸 전혀 못 느꼈다"며 "오히려 많은 관객이 오시고 작품 설명까지 세세히 읽어 주시는 것에 감동했다"고 했다.
그는 특히 "한 어린 소녀가 소녀상 어깨의 새를 보고 '외로우니까 새가 앉은 것"이라고 표현해 놀랐다"며 "어떤 할머니는 소녀상을 보면서 '고맙다'고 우시기도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전쟁은 많은 여성과 아이들에게 잔인한 것"이라며 평화의 소녀상을 통해 표현하고자 한 모티프를 설명했다.
김 조각가는 "평화의 소녀상이 전하는 메시지가 왜곡돼서는 안 된다"면서 "소녀상은 반일의 상징이 아니라 평화의 상징"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또 "전시 중단이 결정된 뒤 많은 일본 분들이 반대 시위에 나서고 철거 반대 성명을 발표하는 등 함께해 줬다"며 감사의 뜻을 나타냈다.
김 조각가는 "이제야 비로소 평화의 소녀상이 제대로 알려졌다"면서 "돌아가신 위안부 피해자인 김복동 할머니는 아베 정부를 비판했지만 많은 일본인에겐 고마움을 말씀하셨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의 경색된 한일 관계에 대해 "한국에서 외치는 목소리는 반일이 아니라 반(反) 아베"라면서 "그 사실을 일본 분들이 꼭 알아주셨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끝으로 "평화의 소녀상이 일본 분들의 평화 꿈을 꾸는 데 일조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행사 참석 등을 위해 전날 일본을 찾은 김 조각가는 11일 한국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parks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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