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감시소홀 논란…지난달 극단 선택 시도에도 불구, 요주의 대상서도 제외
美법무장관 "심각한 의문제기" 조사 지시…FBI도 별도 조사착수
(뉴욕=연합뉴스) 이귀원 특파원 = 미성년자 성범죄 혐의로 체포, 기소된 미국의 억만장자 제프리 엡스타인(66)이 10일(현지시간) 수감된 교도소에서 숨진 채 발견되면서 미 교정 당국의 재소자 '관리 소홀'이 도마 위에 올랐다.
엡스타인은 이날 이른 아침 수감 중이던 뉴욕 맨해튼의 메트로폴리탄 교도소 감방에서 의식을 잃은 채 발견돼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사망했다고 교도소를 관할하는 연방 교정국이 밝혔다.
뉴욕타임스(NYT)를 비롯한 미국 언론들은 교도소 관리 등을 인용, 엡스타인이 목을 매 극단적 선택을 했다고 전했다. 지난달 6일 체포된 지 약 한 달 만에 교도소에서 최후의 말로를 맞이한 것이다.
문제는 불과 10여일 전인 지난달에도 엡스타인의 극단적 선택으로 보이는 시도가 있었다는 점이다.
엡스타인은 지난달 26일 교도소 감방 바닥에 쓰러진 채 발견돼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었다. 당시 목 주변에는 멍 같은 타박상이 발견됐다. 재판부에 신청한 보석이 기각된 후였다.
엡스타인은 지난달 극단적 선택 시도 이후 9일까지 극단적 선택 시도 가능성이 있는 재소자들에게 취해지는 특별감시(suicide watch) 대상이었지만 사고 발생 당시에는 감시대상이 아니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엡스타인은 사망 당시 메트로폴리탄 교도소 내에서도 보안이 더 강한 특별동의 독방에서 생활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특별동은 최근까지 멕시코 '마약왕' 호아킨 구스만(62)이 수감됐던 곳이다. 구스만은 지난달 종신형을 선고받고 콜로라도주 플로런스 인근의 'ADX 플로런스' 교도소로 이감됐다.
메트로폴리탄 교도소는 2명의 교도관이 30분마다 모든 재소자를 점검하게 돼 있었지만, 엡스타인이 극단적 선택을 할 당시 교도관들이 이 규정을 지키지 않았다고 로이터통신이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극단적 선택을 할 우려가 있는 특별감시 대상 재소자들에 대해서는 15분마다 점검을 하게 돼 있다.
미국 언론에 따르면 윌리엄 바 법무장관은 이날 성명을 통해 엡스타인의 사망 소식에 "끔찍하다"면서 "해결해야 할 심각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바 법무장관은 격노를 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바 장관은 법무부 감찰관에게 즉각적인 조사를 지시했으며, 미연방수사국(FBI)도 별도의 조사에 착수했다.
전직 교도관인 캐머런 린제이는 AP통신에 "충격적인 관리 실패"라면서 "그는 극단적 선택을 할 가능성이 있는 감시 대상으로 지정돼, 직접이고 상시적인 감시를 받았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엡스타인의 변호인단도 이날 성명을 통해 "오늘 비보를 듣게 돼 매우 안타깝다"면서 "그 누구도 수감 중에 사망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헤지펀드 매니저 출신인 엡스타인은 지난 2002∼2005년 뉴욕과 플로리다에서 20여 명의 미성년자를 상대로 성매매하는 등 수십명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지난달 6일 체포돼 기소됐다.
지난해 10월에는 웨스트버지니아주 브루스턴밀스의 교도소에서 1970~80년대 미국 보스턴의 암흑가를 주름잡았던 갱단 두목 제임스 '화이티' 벌저가 수감 중 숨진 채 발견된 바 있다. 당시 NYT는 익명의 교정당국자를 인용해 "최소한 2명의 재소자에 의해 숨졌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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