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무법천지' 오명 뒤엔 미국산 총기…10년새 250만개 밀수

입력 2019-08-12 01:25  

멕시코 '무법천지' 오명 뒤엔 미국산 총기…10년새 250만개 밀수
"멕시코 내 범죄에 사용되는 총기 10개 중 7개가 미국에서 와"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9일(현지시간) 멕시코 정부를 향해 미국으로의 마약 유입을 차단하라고 경고하자 멕시코 정부는 곧바로 미국에서 멕시코로 들어오는 불법 총기 문제를 꺼내 들었다.
멕시코 정부에 강력한 마약 단속만 요구할 것이 아니라, 미국 정부 역시 총기가 멕시코로 불법 유입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항변이었다. 마약과 총기 밀매 모두 수요와 공급이 맞물려 이뤄지는 것인 만큼 한 국가에만 책임을 지워서는 안 된다는 취지이기도 했다.
미국의 '탄탄한' 수요에 힘입어 멕시코 마약산업이 유지되듯 무기가 필요한 멕시코 마약 카르텔 '고객' 덕분에 미국-멕시코 국경에서의 무기 밀수도 끊이지 않는다. 멕시코에 들어온 총기는 카르텔 간의 다툼, 혹은 민간인을 상대로 한 범죄에 이용된다.
11일(현지시간) 멕시코 일간 라호르나다는 정부 통계를 인용해 지난 10년간 멕시코 마약 카르텔이 미국에서 사들인 불법 무기가 250만 개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1년에 25만 개꼴인데 이 중에는 자동소총과 각종 수류탄 등이 포함돼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미국과 멕시코 간 무기 밀수 실태를 연구하는 데이비드 셔크 미국 샌디에이고대 교수는 라호르나다에 양국의 총기 규제 차이 때문에 이 같은 '회색시장'이 자연스럽게 형성됐다고 말한다.
미국에선 총기 구매와 이전이 용이한 반면 멕시코에선 합법적으로 총기를 구매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에서 반자동 소총의 민간 판매를 금지하는 한시법이 2004년 만료된 이후 멕시코로의 무기 밀매도 급증했다고 멕시코 정부는 말한다.
멕시코로 들어온 미국 총기들은 범죄에 악용됐다.
멕시코에서 범죄에 사용된 총기 10개 중 7개는 미국에서 온 것이었다.
멕시코 일간 엑셀시오르는 지난 10년간 범죄에 사용돼 멕시코 당국이 압수한 총기 20만 정 가운데 14만 정가량이 미국에서 제조됐거나 미국이 정식으로 수입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끊이지 않는 총기 유입은 곧바로 범죄 증가로 이어져 멕시코 내 총기 살인은 2015년 1만456건에서 2018년 2만3천939건으로 급증했다고 엑셀시오르는 전했다. 올해 상반기에도 1만2천215건의 총기 살인이 발생했다.
멕시코의 전체 살인 건수도 역대 최다 수준으로 치솟았다.
멕시코만의 문제도 아니다.
미국 싱크탱크 미국진보센터의 이전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4∼2016년 북중미와 카리브해 15개국에서 미국산 무기 5만133개가 범죄 수사 과정에서 압수됐다.
보고서는 "이 기간 미국산 무기가 주변 국가에서 31분에 한 건꼴로 범죄에 사용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미국이 중미 국가들에 마약 단속을 요구하는 만큼이나 멕시코도 미국에 강력한 총기 규제를 요구하고 있다.
엑셀시오르는 "미국은 마약 밀매조직을 비판하면서 그들에게 무기를 제공한다"고 꼬집었다.
멕시코 외교부는 9일 트럼프 대통령의 마약단속 강화 요청 이후 낸 성명에서 "북쪽에서 남쪽으로 대규모로 넘어오는 불법 무기와 이들을 사용해 저질러지는 멕시코 내 수많은 살인사건"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mihy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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