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지역도시 투우 재개로 '시끌'…"고문" vs "전통문화"

입력 2019-08-12 10:41  

스페인 지역도시 투우 재개로 '시끌'…"고문" vs "전통문화"
팔마 데 마요르카 지역, 항의·환영 교차…파시스트歌 연주도



(서울=연합뉴스) 김기성 기자 = 스페인의 한 지방도시에서 2017년 불법화했던 투우가 2년만에 다시 허용되면서 투우장 안팎에서 한바탕 소란이 일었다.
투우장 밖에서는 수백명이 항의에 나섰고, 안에서는 대규모 청중의 환호와 함께 금지곡인 파시즘 신봉자들의 노래마저 울려 퍼졌다.
11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지중해 서부 스페인 발레아레스 제도의 중심 도시인 팔마 데 마요르카의 한 투우장 밖에서는 지난 주말 동물권리 옹호자 약 400명이 시위에 나섰다.
이들은 투우가 "기예가 아니라 고문"이라며 투우가 계속돼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투우장 안쪽에서는 1만2천명의 관중이 스페인 최고 기량의 투우사들이 입장하기만을 설렘 속에 기다리고 있었다.
투우 지지자들은 "자유"를 외쳤고, 투우장의 대형 스피커에서는 항의 소리를 잠재우느라 노래가 흘러나왔고, 특히 파시즘 신봉자들의 노래로 금지곡인 '카라 알 솔'(Cara al Sol)의 연주마저 나왔다.
한 투우 반대자는 맨몸의 상체에 "투우는 이제 그만"이라는 글을 새기고는 투우장을 질주하다가 끌려나가기도 했다.
스페인 극우 정당인 '복스'의 이 지역 지도자 호르헤 캄포스는 투우에 대한 지지를 표시하기 위해 왔다며 스페인 국기를 두르고 나타나기도 했다.



발레아레스 제도의 지역 자치정부는 2017년 투우를 불법화하면서 소가 해를 입지 않는 선에서 활동을 장려하는 쪽으로 제도를 바꿨다.
이에 따라 투우사들이 단지 망토만을 지닐 수 있게 되면서, 소들로서는 투우사의 창으로 찔리지 않게 됐다.
소는 또 10분 이상 투우장에 있으면 안 되고, 소에게 신체적 혹은 심리적 해를 끼치게 되면 최대 10만 유로(1억4천만 원)의 벌금이 부과되게 됐다.
하지만 지난해 스페인 대법원은 이 결정을 뒤집었다. 국가 전통문화의 일부를 금지하는 것은 지방 정부의 권한을 넘어선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대신 투우장 내 주류 금지와 함께 18세 이상으로 입장을 제한하는 내용만을 유지하도록 했다.
스페인 일각에서는 투우가 문화의 필수적인 일부라는 주장을 펴고 있고, 신문에서 주요 투우 행사는 스포츠면보다는 문화면에 다뤄지고 있다.
스페인 정부 통계에 따르면 투우 행사의 횟수는 2007년 3천651회에서 2018년 절반 이하인 1천521회로 대폭 감소했다. 카나리 제도에서는 1990년대에 이미 불법이 되는 등 투우는 스페인 일부 지역에서는 여전히 금지되고 있다.



cool21@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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