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정부 "테러행위 용납하면 홍콩은 심연으로 추락할 것" 강력 경고
中본토서 시위진압훈련…"무역전쟁 중 홍콩 무력개입 힘들것" 관측도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중국 중앙정부가 홍콩의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 시위에 다시 한 번 강력한 경고를 하면서 홍콩 시위에 대한 중국의 무력개입이 임박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12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홍콩 관련 업무를 총괄하는 국무원 홍콩·마카오 사무판공실의 양광(楊光) 대변인은 이날 베이징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홍콩 시위대를 강력하게 비난했다.
국무원 홍콩·마카오 사무판공실은 지난달 29일 1997년 홍콩 주권반환 후 처음으로 홍콩 내정과 관련된 기자회견을 연 후 지난 6일과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2주일 만에 무려 3차례의 기자회견을 했다.
지난번 기자회견 때와 마찬가지로 홍콩 시위대가 폭력 행위를 일삼고 있다고 강력하게 비난한 양광 대변인은 "홍콩은 중대한 순간에 이르렀으며, 홍콩인들은 폭력적인 불법 행위를 거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경찰 고무탄에 시위 여성 실명…분노한 시위대 홍콩공항 점령 / 연합뉴스 (Yonhapnews)
중앙인민정부 홍콩 주재 연락판공실(중련판)도 이날 성명을 내고 "세계 어느 곳도 이러한 극악무도하고 극단적인 잔혹 행위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가 이러한 테러리스트 행위를 용납한다면 홍콩은 바닥없는 심연으로 추락할 것"이라고 비난했다.
전날 송환법 반대 시위대는 홍콩 전역에서 게릴라식 시위를 벌였으며, 이에 경찰은 지하철 역사 안에까지 최루탄을 쏘는 등 강경하게 진압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 한 명이 시위대의 화염병 공격에 화상을 입었으며, 시위에 참여한 여성 한 명은 경찰의 진압 과정에서 한쪽 눈이 실명 위기에 놓였다. 이에 분노한 시위대가 이날 홍콩국제공항을 점거하면서 항공기 운항이 전면 중단됐다.
지난 6월 초부터 전날까지 송환법 반대 시위에 참여했다가 경찰에 체포된 사람은 700여 명에 달한다.
이처럼 홍콩 시위대와 경찰의 충돌이 갈수록 격렬해지고 중국 중앙정부의 '경고'도 잇따르면서 중앙정부의 무력개입이 임박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홍콩과 바다를 사이에 둔 중국 선전(深천<土+川>)시 선전만 일대에 지난 10일 무장경찰이 탄 장갑차와 물대포가 대규모로 집결하는 모습이 목격됐고, 이를 찍은 영상이 온라인에 순식간에 퍼져나갔다.
같은 날 중국 공산당 산하 조직인 공청단은 웨이보 공식 계정에 올린 글에서 "인민무장경찰 부대는 폭동, 소요, 엄중한 폭력 범죄, 테러 등 사회안전과 관련된 사건을 진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홍콩 정부의 통제를 벗어나는 혼란으로 인해 국가 안보나 통일에 위협이 가해지는 '비상사태'에 이르면 중국 중앙정부가 관련법에 근거해 홍콩에 개입할 수 있도록 한 홍콩 기본법 18조를 시사한 발언으로 읽힌다.
지난 10일에는 선전 경찰 1천500명이 홍콩 시위대와 비슷하게 검은색 셔츠를 입고 헬멧을 쓴 시위대 2천 명을 막는 폭동방지 훈련이 전개됐으며, 관영 매체 인민일보는 이를 자세히 소개했다.
앞서 국무원 홍콩·마카오 사무판공실 양광 대변인, 우첸(吳謙) 중국 국방부 대변인 등은 기자회견에서 중국 인민해방군의 홍콩 투입 가능성을 시사하는 발언을 해 파문을 낳은 바 있다.
홍콩 주군법 제3항 제14조는 "홍콩행정특별구 정부는 필요 시 사회 치안 유지와 재해 구조를 위해 홍콩에 주둔하는 인민해방군의 협조를 중앙인민정부에 요청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하지만 중국 중앙정부의 잇따른 경고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홍콩에 실제로 무력 개입할 수 있는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인민해방군이나 무장경찰 투입을 강행할 경우 홍콩 경제의 파탄과 외국자본 유출, 전 세계 여론의 지탄을 받을 수 있어 미국과 힘겨운 무역전쟁을 치르는 중국 정부의 입장에서 쉽지 않다 선택지라는 지적이다.
싱가포르의 중국 전문가인 마이클 라스카는 "중국 지도부는 폭풍우가 가라앉길 기다리는 전략을 쓰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 전략은 이미 중국 지도부의 체면에 상당한 타격을 가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그렇다고 인민해방군을 투입하자니 1989년 톈안먼 시위 때처럼 전 세계의 비난을 받아 시진핑 주석과 중국 공산당의 정치적 정당성에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있어 이 또한 쉽지 않다"고 분석했다.
ssah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