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멕시코 한인들의 파란만장한 이주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멕시코 유카탄주 메리다시의 한인이민박물관이 새 단장 후 다시 문을 열었다.
8개월가량의 리모델링 공사를 마치고 지난 11일(현지시간) 재개관한 한인이민박물관엔 114년 멕시코 한인의 역사를 살펴볼 수 있는 사진과 신문, 편지, 옷 등의 자료가 전시돼 있다.
멕시코에 한인들이 처음 정착한 것은 1905년으로, 신문 광고 등을 보고 노동이민을 떠난 1천33명이 한인 1세대다.
유카탄에 도착한 이들은 선박용 로프 등을 만드는 선인장의 일종인 에네켄 농장으로 끌려가 농장주의 횡포 속에 고된 강제노동에 시달렸다. 이 때문에 멕시코 한인 1세대는 에네켄 또는 애니깽으로 불린다.
현재 멕시코와 쿠바 곳곳에는 3만여 명의 에네켄 3∼5세 후손들이 살고 있다. 1세대 한인들의 성비 불균형과 고국과의 오랜 단절 탓에 외모도 언어도 현지화됐지만, 후손들은 한인후손회를 조직해 뿌리를 기억하며 살고 있다.
메리다 한인이민박물관은 옛 한인회관 건물을 개조해 지난 2007년 처음 문을 열었다. 1세대 한인들의 생활상을 볼 수 있는 다양한 자료들로 한국인과 멕시코인들에게 한인 이민사를 알리고 있다.
메리다에서 미리 열린 광복절 기념식에 맞춰 마련된 11일 재개관식에는 김상일 주멕시코 대사와 율리세스 박 리 유카탄한인후손회 회장, 유카탄주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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