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UC 리버사이드, 리소좀 분해 못 하는 '변형 단백질' 확인
(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노인성 치매의 최대 원인인 알츠하이머병은, 비정상적으로 변한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질과 타우 단백질이 뇌 신경세포(뉴런)나 그 주변 조직에 침적해 생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수십 년 동안 뇌 신경 분야 과학자들은 대부분 이런 가설에 의존해 왔다.
그러나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뇌에서 공통으로 관찰되는 이런 현상을 과학적으로 입증된 발병 원인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이 추론을 근거로 수많은 실험이 진행됐지만, 아직 이렇다 할 알츠하이머병 치료 약은 개발되지 못했다.
알츠하이머병의 다양한 병리학적 증상에 부합하는 뇌 안의 화학적 메커니즘을, 미국 캘리포니아대 과학자들이 발견했다.
세포 내 물질 분해에 관여하는 리소좀(lysosomes)이 제 기능을 못 하고 뇌 안에 쌓이면 알츠하이머병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게 요지다. 이 발견은 알츠하이머병 치료와 예방에 새로운 경로를 열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번 연구를 수행한 리버사이드 캘리포니아대(UC 리버사이드)의 라이언 줄리언 화학과 교수팀은 최근, 미국 화학학회(ACS)가 발행하는 학술지 'ACS 센트럴 사이언스(ACS Central Science)'에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번 연구엔 UC 리버사이드 의대의 바이런 포드 생의학 교수팀도 참여했다.
12일(현지시간) 온라인에 공개된 연구개요(링크 [http://www.eurekalert.org/pub_releases/2019-08/uoc--aat081219.php])에 따르면 리소좀은 수십 종의 산성 가수분해 효소를 갖고 세포 내 소화에 관여하는 세포소기관이다.
동물의 세포 안에서 어떤 물질이 소화되려면 일단 리소좀과 결합해야 한다. 세포가 죽거나 큰 상처를 입어 건강한 세포로 대체될 때도 리소좀이 작용한다.
줄리언 교수는 "모든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뇌에선, 알려진 두 종의 단백질 외에 리소좀 축적이 관찰된다"라면서 "세포 분열을 하지 못하는 뉴런에 생기기 쉬운 리소좀 축적이 알츠하이머병의 원인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알츠하이머병은 노년기에 많이 발생하지만, 리소좀 축적 질환(lysosomal storage disorder)은 생후 수주 안에 증상이 나타나고, 수년 내로 상당수 환자가 목숨을 잃는다.
연구팀은, 단백질이 오래되면 리소좀에 의해 분해되기 어려운 형태로 변형한다는 걸 확인했다. 베타 아밀로이드와 타우 단백질도 예외는 아니다.
이런 단백질 변형은, 단백질을 구성하는 아미노산의 기본 구조에서 생긴다고 한다. 아미노산이 원래 구조의 (좌우가 바뀐) 거울 이미지를 보고, 능숙하게 쓰는 손을 뒤집는 것(flipping the handedness)과 같다는 것이다.
줄리언 교수는 "이렇게 단백질이 변형하면 분해 효소가 결합하지 못해 단백질 분해가 이뤄지기 어렵다"라면서 "이는 왼손에 끼는 장갑을 오른손에 끼려고 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베타 아밀로이드와 타우 단백질에서도 이런 구조 변형이 생긴다는 걸 확인했다. 이런 화학 반응은 관찰하기가 매우 어려워 그동안 과학자들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줄리언 교수는 "지금까지 누구도 이런 단백질 변형이 리소좀의 단백질 분해를 막는다는 것에 주목하지 못했다"면서 "화학적 변형을 일으키기 전에 단백질을 재활용하는 게 해법이 될 수 있지만, 이런 오토파지(자가포식)를 자극하는 알츠하이머병 치료 약은 아직 개발된 게 없다"고 말했다.
줄리언 교수팀은 다음 단계로, 연령에 따라 뇌의 단백질 변형이 어느 정도 진행되는지를 중점적으로 연구할 계획이다.
he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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