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성 동위원소 이용 엔진 폭발…서방 "신형 핵추진 순항미사일 시험"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러시아 북부 아르한겔스크주의 군사훈련장에서 시험 중이던 신형 미사일 엔진이 폭발하면서 방사능 수준이 평소의 16배로 증가한 것으로 13일(현지시간) 러시아 기상·환경 당국 자료로 확인됐다.
현지 인테르팍스 통신은 이날 자국 '기상환경감시청' 자료를 인용해 지난 8일 북부 아르한겔스크주 세베로드빈스크 지역 '뇨녹사' 훈련장에서의 미사일 엔진 폭발로 당일 낮 12시 30분께 인근 도시 세베로드빈스크에서 시간당 1.78 마이크로 시버트(μSv)까지의 방사능 수준 증가가 있었다고 전했다.
방사능 수준 증대 현상은 현지시간 낮 12시 30분부터 오후 2시 30분까지 약 2시간 동안 이어졌다면서 세베로드빈스크의 '방사능상황자동감시센터' 8곳 가운데 6곳에서 감마선이 평소의 4~16배까지 증대된 것이 포착됐다고 통신은 설명했다.
보도에 따르면 6개 센터에서의 방사능 수준이 낮 12시 30분께 1.78μSv까지 올라갔다가 오후 1시에는 0.13~0.29 μSv, 오후 2시 30분에는 0.13~0.16 μSv로 내려와 서서히 정상화됐다.
세베로드빈스크에서의 방사능 수준 평균치는 시간당 0.11μSv로 알려졌다.
이같은 기상환경감시청 자료는 러시아 연방정부 기관이 미사일 엔진 폭발 사고에 따른 방사능 수준 증가를 처음으로 확인한 것이다.
이에 앞서 세베로드빈스크시 민방위과가 사고 당일 "오전 11시 50분부터 12시 20분까지 방사능 수준이 시간당 2μSv까지 높아졌다"고 밝힌 바 있다.
러시아 그린피스 지부도 아르한겔스크주 재난당국(비상사태부) 자료를 인용해 시간당 2μSv까지의 방사능 수준 증가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러시아 국방부는 사고 직후 "대기 중으로 유출된 유해 화학물질은 없으며, 방사능 수준은 정상"이라고 발표해 방사성 물질 유출을 은폐하려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사고 있다.
신형 미사일 엔진 시험을 주관한 러시아 원자력 공사 '로스아톰'은 지난 10일 '동위원소 동력원'(isotope powersource)을 장착한 미사일 엔진 시험 과정에서 폭발이 일어났다고 발표했다.
로스아톰은 처음엔 시험이 순조롭게 진행됐으나 이후 엔진이 불길에 휩싸였고 곧이어 폭발이 일어났다고 전했다.
로스아톰은 해상 플랫폼에서 발생한 이날 사고로 5명이 사망하고 3명이 부상했다고 소개했다.
사망자들은 모스크바 인근 니제고로드주 사로프시에 있는 '전(全)러시아 실험물리 연구소' 소속 직원들로 알려졌다.
현지 스푸트니크 통신은 '동위원소 동력원'은 방사성 동위원소를 이용하는 '열전력 발전기'(thermoelectric generator)를 지칭하는 것으로 이 장치는 자연적 방사능 붕괴에서 발생하는 열을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의 전력 생산에 사용하는 것으로 방사성 물질 연쇄 분열을 이용하는 일반 원자로와는 다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방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신형 핵추진 순항미사일 '9M730 부레베스트닉'(나토명 SSC-X-9 스카이폴)을 시험하는 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cjyo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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